2004년 12월 15일 수요일

[기사]한국학생들 술 너무 많이 마셔

[조선일보]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의 대학 하버드에 다니는 학생들은 어떻게 공부하고 어떤 꿈을 꾸는가. 지난 10일 오후 미국 보스턴 찰스강변의 한 기숙사 회의실에서 컴퓨터 과학과 경제학을 전공하는 장미정(19·3학년)·이준석(19·2학년), 경제학을 전공하는 권슬기(21·3학년)씨를 만났다.
―하버드 학생들은 지독한 공부벌레라고 하는데 정말 그래요?
권슬기: 열심히 공부하긴 하지만 ‘공부벌레’라는 말은 오해입니다. 다른 활동도 열심히 하죠. 그러나 워낙 바쁘다 보니 하버드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딱 3가지, ‘공부, 과외활동, 잠자기’뿐인데, 이 3가지 중에서 2개만 겨우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장미정: 다들 스케이트, 바이올린 등 특기 한 가지를 놀라운 수준으로 잘 합니다. 공부 말고 다른 재능을 갖고 있어요.
이준석: 서울대 졸업생이라고 하면 ‘머리 좋다’는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데, 미국에서는 하버드 졸업생이라면 ‘다재다능한 인재’일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하버드에서는 경쟁이 너무 심해서 4년 견디기가 힘들다고 하던데요.
권: 고등학교 때는 열심히 노력하면 A학점은 당연히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하버드에서는 다들 열심히 하니까 성적이 잘 안 나와서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일도 있다’는 것을 배웠으니까 그것도 중요하지요(웃음).
장: 하버드에 있으니까 힘들다 해도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버틸 수 있어요. 왜 세상에서 하버드를 최고의 대학이라고 하는지를 매일 느끼니까요.
―하루에 몇 시간씩 공부해요?
이: 오전 8시에 일어나서 10시까지 숙제하고, 오전 10시~오후 2시까지는 강의 들으러 가요. 2시 이후부터는 또 다른 과제물을 하다가 6시쯤 저녁 먹고 8시까지는 컴퓨터 게임 하면서 좀 쉽니다. 그러고 8시부터는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남은 과제물을 하다 보면 대개 새벽 4시에 자요. 평소에는 하루에 4시간, 시험 때는 2시간 정도 잡니다.
권: 학교 안에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많기 때문에 그것을 다 하려면 시간 분배 하는 일이 참 어려워요. 친구들과 놀고 싶기도 한데, 다들 시간이 없고 서로 바쁜 것을 아니까 잘 만나지도 못하지요. 하버드에서는 시간관리 능력이 제일 중요해요. 공부 양이 워낙 많기 때문에 막판에 갑자기 몰아서 공부한다고 따라잡을 수는 없거든요.
―하버드에서 그동안 배운 가장 중요한 교훈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장: 저는 어떤 일이든 혼자서 할 수는 없다는 것을 배웠어요. 하버드에서는 혼자 똑똑한 것만 가지고는 제대로 공부할 수가 없어요. 친구들과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야만 해요. 정신적인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친구가 많아야 해요.
이: 저는 재정이 튼튼한 하버드에 다니면서 ‘돈이 최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웃음). 만일 서울대가 어떤 중요한 변화를 시도하려면 국가적인 차원의 정책적인 결단이 필요하니까 참 어렵잖아요. 그런데 하버드에서는 총장의 결심만으로도 할 수 있어요. 그래서 미국에서는 하버드대 같은 돈 많은 사립대학들이 혁신을 이루고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 같아요. 하버드에 있다는 게 너무 좋고 하루가 가는 게 너무 아쉽죠.
―장미정씨는 서울대학에, 이준석씨는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에 잠시 다녔다면서요? 두 학교를 비교하면 어떤가요?
장: 방문학생으로 서울대를 한 학기 다녔는데, 제가 기대했던 것보다는 진도가 좀 느리고 과제물이 적었어요. 하버드에서는 교수들이 굉장히 어려운 문제도 다 내줘서 학생들이 도전할 수 있게 해주거든요. 학부생이라도 한 학기 강의를 듣고 나면 다음 학기에는 조교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이 늘어요. 그런데 서울대 교수님들은 학생들을 아주 힘들게 몰아붙이지는 않는 것 같았어요. 똑똑한 서울대 학생들을 더 똑똑하게 만들려는 노력이 좀 부족하다고나 할까요. 반면 서울대에서 동아리 활동은 재미있고 친구 사귈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하버드에선 동아리 활동조차 경력관리로 생각하기 때문에 정을 느낄 수 없어요.
이: 카이스트를 2~3주밖에 안 다녔기 때문에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사실 저는 한국의 대학교육이 주입식이고 일방적이라는 의견에 동의하지는 않아요. 또 학생들 개개인의 학력을 비교한다면 오히려 카이스트가 더 우수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학생구성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는 하버드대가 낫고…. 그런데 한국 학생들은 너무 술을 많이 마시는 것 같아요. 하버드 스퀘어에 술집은 3개뿐인데 서울대 근처에는 그보다 20~30배 많지 않습니까.
―슬기씨는 하버드 한국학생회 회장이지요? 최근 한국에서 직접 유학 오는 학생들이 늘었다면서요?
권: 하버드대(대학원 제외)에 재학 중인 한국(계) 학생 수는 약 100명 정도이며, 이 중 한국에서 고교를 마치고 하버드에 입학한 학생들이 20명쯤 돼요. 한국에서 직접 입학하는 학생들은 과거에는 2년에 한 명꼴이었는데 작년에 5명, 올해 10명이나 들어오는 등 점점 느는 추세입니다. 이젠 한국애들끼리 몰려다니지 않고 다들 다양한 친구 사귀면서 잘 지내죠.
―하버드에 입학하면 선배들이 어떤 충고를 해주나요?
장: 선배들이 ‘너무 많은 것을 하려고 하지 말라’고 했어요. 학비가 워낙 비싸니까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이것 저것 다 하려고 드는데, 자신에 맞는 일을 찾아서 집중하라는 것이지요. 그리고 1학년 때는 연애하지 말라고 해요. 1학년 때 연애하면 친구들을 많이 사귈 기회를 놓치고, 혹시 실연하면 그것도 정신적으로 너무 부담이 되니까요.

<토론자>
■ 장미정·3학년 (경제학·컴퓨터 과학 전공)…4세때 이민·서울대서 1학기 공부
■ 이준석·2학년 (경제학·컴퓨터 과학 전공)…서울과학고졸·KAIST서 2주공부
■ 권슬기·3학년 (경제학·정치학 전공)…12세때 미국으로 이민
(작년 하버드대의 등록금은 연 2만6066달러, 기숙사 비용 4706달러, 식비 4162달러, 의료보험 1142달러, 학생회비 1852달러로 1년 동안 학생들이 부담하는 총 비용은 3만7928달러였다.)
(케임브리지(매사추세츠주)=강인선특파원 [블로그 바로가기 insu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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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4,000만원이라.. 많이 드는 군.
많이 공부하는 애들은 또 하겠지만 하버드라고 노는 사람 없으랴,
KAIST도 인터뷰 기사에서는 공부만 죽도록 한다고 항상 그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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