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7월 21일 수요일

[기사]글씨체 CI 시대열린다

글씨체 CI 시대열린다
현대커드 '윤다이체'개발
삼성도 올해안 새모습 탄생


백강녕기자 young100@chosun.com


입력 : 2004.07.20 17:00 45' / 수정 : 2004.07.20 17:45 23'

기업의 이미지 통합(CI) 전략이 광고문안, 명함 등에 사용되는 글씨체(폰트)에까지 미치고 있다. 회사 고유의 글씨체를 만들어 소비자들이 글자만 봐도 어느 회사 제품인지를 연상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파격적인 광고로 화제를 뿌렸던 현대카드는 지난 6월 새로운 CI를 만들면서 전용서체를 개발·발표했다. 서체 이름은 ‘윤다이(Youandi)’체. 윤다이체는 신용카드의 형태와 비율, 각도를 형상화한 것이다. 윤다이란 명칭은 ‘고객과 기업의 신뢰 관계(Trustable relationship between You and I)’를 상징한다.

현대카드 이윤석 팀장은 “미국 사람들이 현대를 ‘휸다이(Hyundai)’라고 읽는다는 것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현대카드는 앞으로 코카콜라, MS처럼 회사 로고뿐 아니라 직원 명함, 내부 서류, 광고물 등 회사와 관계된 모든 인쇄물의 글자를 윤다이체로 통일할 계획이다.

삼성 그룹도 고유서체를 개발하고 있다. 지난 2001년 이건희 회장이 “깔끔하고 세련된 삼성 이미지를 상징하는 서체를 만들라”고 주문한 이후 3년에 걸쳐 진행한 작업이 막바지 단계다. 폰트개발을 맡고 있는 산돌그래픽측은 “올해 안에 삼성고유 서체 개발 작업을 마칠 예정”이며 “10월 개발완료가 목표”라고 밝혔다. 삼성 폰트는 앞으로 삼성이 만드는 디지털가전이나 휴대전화 등에 들어가 삼성의 새로운 얼굴 역할을 할 예정이다.

해외 일류 기업 중에는 이미 고유의 폰트를 지니고 있는 곳이 많다. 코카콜라는 이른바 ‘스펜서’체라는 글자를 창업초기부터 사용하고 있다. 빨간색 바탕에 흰색 필기체로 쓴 코카콜라라는 글자가 바로 스펜서체다.

이 글씨체는 코카콜라의 독특한 맛과 상쾌함, 정통성을 상징한다. 회사에서 사용하는 명함, 명찰에 이르기까지 모두 스펜서체를 사용한다. 코카콜라 한국지사는 한글 스펜서체를 직접 개발해 올 4월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마이크로소프트 세고(Microsoft Segoe)체’를 만들어 쓰고 있다. MS측은 세고체가 ‘인간은 자유롭고, 진솔하고 잠재력을 가진 존재’라는 것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MS사는 사내 문서부터 로고, 웹사이트, 명함에 있는 글씨 등 모든 글씨에 이 체를 적용하고 있다.

기업들이 고유서체를 고민하기 시작한 이유는 폰트가 회사만의 고유한 이미지를 표현할 남은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IBM을 상징하는 색은 파란색, 삼성을 상징하는 색은 군청인데, 워낙 많은 기업들이 유사한 색 전략을 선택하는 바람에 특색이 점차 사라지는 현상이 빚어졌다. 산돌그래픽 최성원 부장은 “지금까지 기업들은 로고와 고유의 색으로 회사의 이미지를 표현해 왔지만 이제 한계가 보이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