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독교인은 아니라 정확히는 모르지만 기독교인들에게는 이러한 관념이 있다고 한다.
성경에 기록된 사건들 중 하나에 의해 모든 사람들은 원죄를 지은 죄인으로 태어난다. 그래서 죄책감을 모두 가져야하고(가지고 있고) 그것으로부터 해방하기위해 노력을 하든지, 반성을 하든지, 아무튼 여러노력을 해야하고 그렇게 하고 있다.
심리학적으로 봤을 때 나도 그런 상태로 인생을 살아왔다.
안중근 의사의 '하루라도 글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라든지,
유교에서 말하는 온갖 구절들과 선생님들이 1x년동안 주입시킨 말이 아니더라도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생각하거나 하지 않으면 죄책감이 든다.
그 죄책감의 절정은 고1~대1학년 때까지 였다.
왠지 하루에 6시간 이상 자면 안될 것 같고 위대한 학자가 되지 않으면 세상에서 지워져야할 쓰레기 같은 존재라고 생각했다.
아버지께서 어느날 찾아와서
"집안의 기대에 부흥하지 못하는 너 같은 아들은 호적과 족보에서 없애야해."라고 소리치실 것 같아서 겁이 났고
어느 선생님이 와서
"내가 그렇게도 네게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라고 했는 데, 도대체 너는 뭘한거지?"라고 말하거나
어느 스님이나 목사님이 와서
"일하지 않은 자 먹지도 말라."라고 외칠것 같았다.
잠을 자도 편하지 않고 공부를 하고 있어도 뭔가 나를 쫓는 것 같고 혹은 내가 무엇을 쫓아가고 있는 데, 아무리 가도 잡을 수 없는 느낌.
자신을 채찍질하는 좋은 도구라고 생각하는 우익들도 있겠지만 아무튼 심리학적으로 매우 파괴적인 짓이다.
세상에 대한 자신감과 나만의 해석, 내 자신의 상태를 좀 더 잘 알게되고 많은 self-control 도구들을 가지게 되서 많이 극복하고 있지만
나의 잠재의식 속에 언제나 그러한 원죄감은 자리 잡고 있다.
오늘처럼 12시간 연속으로 방에 앉아서 드라마만 보고 있을 때도 그렇다.
그냥 바보처럼 드라마를 보고 있지는 않는 다. 마음 한구석에는 너무나 불편하다.
드라마만 보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변명하고 방어하기 위해 미국 드라마를 자막없이 보고 있다.
일본드라마나 한국드라마가 아닌 미국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이것은 일종의 영어공부다.'라는 좋은 핑계가 된다.
그냥 인생 하루하루 내 재주껏 재미있게 살아가면 되지,
왜 이리 복잡한 논쟁적이고 이론적인 합리화 과정을 내 머리속에서 펼쳐야 하는 지 모르겠다.
superego의 지나친 권력이 나를 병들게 하고 있다.
나는 정말로 어떤 정교한 로봇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로봇은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들보다 로봇에 좀 더 가까운 존재인 것 같기도 하다.
남들처럼 충분히 감정과 사회적도구와 취미, 재미를 발전시켰다면 이런 문제들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을 텐데.
이것은 정말 이성으로는 cover할 수는 없는 것들이다. 감성으로 해결해야지.
그리고 이성적으로 봐도 내가 방학 때 무엇을 했는 지, 내가 하루에 몇 시간을 자는 지, 일요일에 무엇을 했는 지는 학점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 다.
중요한 점은 그것에 정말로 열중해야할 그 순간들에 충실하기만 하면 원하는 것을 다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방학, 수면시간, 일요일, 운동시간, 친구들과 만나는 순간 등에는 그것들만 신경쓰면 된다.
각각의 공간과 시간들을 서로가 방해되지 않게 잘 나누는 게 참 중요하다.
@ 기독교인들이 마치 원죄가 있다고 해서 모두 절망하고 우울해하지만은 않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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