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월 23일 월요일

나의 발견

세상을 살면서 내 자신의 존재를 따로 체감하는 일은 드물다.
내 자신은 내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세상에 항상 존재해 왔기 때문이다.
나와 가장 친한 사람들 list에는 당연히 내가 없다.
그러다 어느날 비디오에 찍힌 자신의 모습을 보거나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은 자신을 보았을 때, 혹은 누군가가 자신을 논평하거나 인용했을 때는 상당히 낯선 나를 발견하게 된다.

비디오 속의 나는 상당히 충격적이다. 저 비디오 속에 출연하는 모든 사람이 내가 아는 사람인데, 거기에 섞여있는 유일한 낯선 사람이 바로 나다. 거울로 본 자신의 모습이나 증명사진 속의 나보다 훨씬 충격적이다.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멋진 사람도 아니고 눈사람처럼 우스꽝스럽게 눈썹도 진하고 걷는 모습이나 표정도 상당히 ugly하다.

다른 사람이 나를 알고 있다는 사실이 상당히 신기할 때도 있다.
나와 친한 친구들은 당연히 나를 항상 의식하고 행동할테니
그것을 관찰하는 나는 부자연스러움이 없다.
하지만 어느 낯선사람이 나는 그를 처음봤는 데도, 이미 나를 알고 있다면 상당히 놀랍다.
그런 경험이 몇 번 있었는 데, 참 신기했다.

중학교 어느날 옆 학교의 어느 녀석이 나를 보고 재수없다고 말했을 때도 그랬다. 나는 그녀를 모르는 데(여학생였다.), 어떻게 그녀는 나를 알고 심지어는 재수없다고까지 생각할 수가 있을 까?
원래 아는 사이였다가 내가 까먹은 게 아니고 그냥 우리는 서로 모르는 사람인데, 그런 말을 주변사람들에게 하고 다녔다고 한다.

아니면 고등학교 어느날 새로 알게된 친구가 내 이름을 많이 들어봤고 자신의 친구가 이미 나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했을 때도 참 신기하다.
내가 다른 사람들의 수다의 소재가 될만한 특징이 있는 사람인걸까?

혹은 대학을 다니던 어느날 아무도 모를 것 같은 동아리연합회의 작은 일자리를 하고 있는 데, 누군가 와서 내가 그 일을 하고 있는 지 알 때도 참 신기하다. (그 일과는 전혀 관계없는 누군가가.)
더 웃긴건 나랑 이름이 비슷한 어떤 사람이 여자친구가 있는 데, 그 여자친구가 나의 여자친구인줄 알고 있을 때이다. (솔직히 그건 좀 억울했다.;;)

인터넷에서 그냥 아무글이나 이것저것 찾아서 모르는 누군가의 블로그를 읽고 있는 데,
그 속에서 내가 인터넷 게시판에서 한 말을 인용한 것이 발견됐을 때도 참 신기했다.
나도 이 small world의 한 구성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도 나의 그런 작은 말 한 마디는 신경쓰지 않을 것 같았는 데,
그런 의외의 장소에서 내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흔적이 발견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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