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쌈을 좋아한다.
'싸움'을 줄여서 부르는 '쌈'이 아니라 '보쌈'의 '쌈'이다.
생각해보니 쌈이라는 단어가 중의적이긴하다.
숫자 3을 세게 발음할 수도 있고 '싸다'의 명사형이기도 하다.
아무튼 나는 쌈을 좋아한다.
초등학교 때 고기를 안 먹었는 데, 그 때도 배추, 상추 쌈을 좋아했다. 깻잎은 처음에는 너무 거칠어서 좋아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깻잎도 좋아한다.
내가 고기를 처음 먹게 된 것도 쌈 덕분이다.
고기의 진한 향을 참을 수 없었는 데, 쌈으로 조금씩 먹으면서 익숙해 지게 됐다. 지금도 고기집에 가면 항상 고기를 싸먹어야지 그냥 먹기는 너무 향이 진해서 못 먹는 다.
양배추를 쪄서 만든 양배추 쌈도 좋다. 보쌈 먹을 때 된장에 찍어먹으면 참 맛있다.
쌈과 비슷한 방식의 요리들도 좋아하는 것 같다.
중국 요리인 고추 잡채도 양파와 고추를 얇게 채로 썰어서 중국식 빵에 싸먹는 것인데 아주 좋아한다. 만두나 춘권도 밀가루피로 고기를 싼 것이라서 좋아한다.
서양식 쌈이라고 할만한 요리로는 햄버거가 있는 데, 나는 햄버거도 참 좋아한다. 햄버거도 빵이 두꺼운 쌈이라고 우기겠다.
그래서 나는 김도 좋아한다. 김이랑 간장만 있으면 밥 한 공기 다 먹는 다. 스님이나 무사 같은 검소함과 깔끔함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반면에 멕시칸 쌈 요리인 토틸라는 별로 안 좋아한다.
먹어봤는 데, 고기 향이 너무 진하다. 상추 쌈은 상추가 고기 향을 잘 막아주고 햄버거도 빵이 두꺼워서 고기 맛을 잘 막아준다. 토틸라의 얇은 막으로는 그 향을 먹을 수가 없다. 그리고 먹다보면 너무 많이 흘러내려서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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