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월 15일 일요일

나는 쌈을 좋아한다.
'싸움'을 줄여서 부르는 '쌈'이 아니라 '보쌈'의 '쌈'이다.
생각해보니 쌈이라는 단어가 중의적이긴하다.
숫자 3을 세게 발음할 수도 있고 '싸다'의 명사형이기도 하다.

아무튼 나는 쌈을 좋아한다.
초등학교 때 고기를 안 먹었는 데, 그 때도 배추, 상추 쌈을 좋아했다. 깻잎은 처음에는 너무 거칠어서 좋아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깻잎도 좋아한다.

내가 고기를 처음 먹게 된 것도 쌈 덕분이다.
고기의 진한 향을 참을 수 없었는 데, 쌈으로 조금씩 먹으면서 익숙해 지게 됐다. 지금도 고기집에 가면 항상 고기를 싸먹어야지 그냥 먹기는 너무 향이 진해서 못 먹는 다.

양배추를 쪄서 만든 양배추 쌈도 좋다. 보쌈 먹을 때 된장에 찍어먹으면 참 맛있다.

쌈과 비슷한 방식의 요리들도 좋아하는 것 같다.
중국 요리인 고추 잡채도 양파와 고추를 얇게 채로 썰어서 중국식 빵에 싸먹는 것인데 아주 좋아한다. 만두나 춘권도 밀가루피로 고기를 싼 것이라서 좋아한다.

서양식 쌈이라고 할만한 요리로는 햄버거가 있는 데, 나는 햄버거도 참 좋아한다. 햄버거도 빵이 두꺼운 쌈이라고 우기겠다.

그래서 나는 김도 좋아한다. 김이랑 간장만 있으면 밥 한 공기 다 먹는 다. 스님이나 무사 같은 검소함과 깔끔함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반면에 멕시칸 쌈 요리인 토틸라는 별로 안 좋아한다.
먹어봤는 데, 고기 향이 너무 진하다. 상추 쌈은 상추가 고기 향을 잘 막아주고 햄버거도 빵이 두꺼워서 고기 맛을 잘 막아준다. 토틸라의 얇은 막으로는 그 향을 먹을 수가 없다. 그리고 먹다보면 너무 많이 흘러내려서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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