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월 16일 월요일

조언들

사람들은 주로 주위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기 마련이다.
옷을 사는 것부터, 근사한 식당을 추천 받는 일, 소개팅, 여자친구에게 잘 보이기 등..

내게 조언을 구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대게 컴퓨터에 대해 물어본다.

자주 듣는 질문들

. 컴퓨터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운동을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차를 잘 운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런 거랑 똑같은 질문이다.
일반적인 방법 따위는 없고 학원가서 과목을 하나 골라서 열심히 듣거나 유명하고 좋은 책을 사서 봐야 한다.

. 그럼 네가 직접 가르쳐줘.
수영을 전화로 가르칠 수 없듯, 컴퓨터 사용법도 msn이나 전화로 5분만에 설명할 수는 없다.
그리고 어떤 일을 잘 한다고 해서 그것을 반드시 잘 가르칠 수 있지는 않다.
뛰어난 야구선수가 모두 뛰어난 야구코치가 되지는 못한다.
5분만에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5분만에 대답하라고 강요해도 어쩔 수가 없다. 내가 지난 10년간 배운 지식을 5분만에 남에게 전수할만한 초능력은 내게 없다.

. 컴퓨터 조립해줘, 이 부품 얼마야?
나는 용산 전자상가 딜러가 아니다.
발레리나라고 발레슈즈를 잘 고치는 것은 아니다.
작가라도 책을 제본하는 방법이나 인쇄기를 고치는 방법은 모른다.
컴퓨터 프로그래머도 매일 아침 일어나서 오늘의 시세를 읽어보지는 않는 다.
다만 어디 가면 그런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지는 다른 사람들보다 잘 안다.

. 홈페이지는 어떻게 만들어?
이런거는 약간 더 구체적이라서 낫다.
월 100만원짜리 홈페이지 알바를 할 생각이 아니라면 그냥 안 배우는 게 좋다고 말하고 싶다. cyworld, naver blog, egloos가 최고다.
알바를 할 생각이라도 별로 추천하지는 않는 다. 그런 저가 노동시장에서 일하느니 과외 알바가 전망이 더 밝다.
나는 개인적으로 전산과 대학 졸업한 사람이 웹 프로그래밍이나 하는 건 인적자원의 낭비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하고 싶으면 역시 책을 사거나 학원을 다녀라.

. PPT나 워드는 어떻게 하지?
사실 이거는 대부분의 사람이 잘 해둘 필요가 있다.
하지만 책보고 배우기도 쉽지 않다.
워드 프로세서 2~3급 자격증을 따게 되면 그것을 따기 위해 학원에서
이것저것을 가르쳐 준다. 그렇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나도 초등학교 때 그렇게 해야 워드를 배웠다.
아니면 날마나 일기도 쓰고 해라. 자연스럽게는다.
남이 쓴 레포트나 공문서를 가져다가 고쳐 쓰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이다.
엄청나게 멋진 것이 아니면 대부분 지적 재산권과 상관없다.

PPT를 잘하는 방법도 마찬가지다.
다만 화려하게 하려고 하지말고 소박하게 만들어라.
정말 화려한 PPT는 멋지지만 consultant나 영업사원들이 외부에 물건 팔아먹을 때나 쓴다. 연습도 많이 필요하고 장당 5~10만원 쯤 줘야 만들 수 있다. 당연히 나도 그렇게 만들 줄 모른다.(장당 10만원짜리 알바라면 나도 해보고 싶다.)
학교 수업시간에 교수님들이 하시는 정도로 하면 된다.
소박한 배경에 글자 조금 있고 사진 1장 넣는 정도.

화려한 PPT 역시 시간과 정력의 낭비다.
그런 것을 요구하는 조직이 있다면 정말 비효율적인 조직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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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질문에 그들이 원하는 대답을 해줄 수가 없는 게 참 슬프다.
내게 하루 정도의 시간을 준다면 더 좋은 대답을 해줄 수 있는 데,
3초 안에 답을 원하기 때문에 더 그렇다.
3초 안의 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답은 하나 밖에 없다. "그건 불가능해."

내게 필요한 능력은 고로, 그들을 정중하게 실망시키는 것이다.
세상에 산타클로스는 없다는 것을 자식에게 알려줘야 하는 엄마처럼 불치병 환자에게 6개월 이상 살기 어렵다는 것을 알려야 하는 의사처럼그들이 그것을 받아들이게 해야 한다.

댓글 2개:

  1. 종종 3초만에 대답을 요구하는 질문을 했었는데~^^;;;;

    이걸 보고 반성하게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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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3초만에 대답하라고 해도 나는 30분 동안 대답하잖아.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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