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월 22일 일요일

가치 2

사람들은 공부를 많이 할수록 많은 월급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렇게 열심히 공부한게 아깝고, 그렇게 많이 안주면 억울하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기업주의 입장에서는 그래야 할 이유가 전혀없다.
그들이 학력에 따라 초봉을 차등 지급하는 이유는 단지 학력이 높은 사람이 자신에게 높은 수익을 낼 것을 기대하고 있고 통계적(평균적)으로 그런 heuristic은 어느 정도 타당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석사학위 이상은 업종에 따라서는 전혀 필요가 없다.
그들에게는 그런 잉여지식 따위는 필요없기 때문이다.

세상 모든 산업이 지식, 정보 중심으로 완전히 바뀐다는 것은 꿈같은 이야기다.
그런 꿈같은 이야기는 온갖 단순한 잡일은 기계가 다 맡을 수 있다는 가정에서 나온다.
하지만 세상에는 지식, 정보가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 않고 매우 단순하지만 기계로는 대체가 불가능한 일들이 존재한다. 그런 일들에 있어서는 아무튼 지식이 별로 없는 하급노동자들이 계속 필요하다.

그리고 얼마나 많은 하급노동자가 필요할 것인지를 정하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소비자의 욕구와 의지이다. 대부분의 서비스업이 그렇듯이 별로 필요없는 장식이지만 기계가 아닌 인간을 원하는 일이 많다. 예를 들자면 엘리베이터 도어걸, 도어맨이라든지, 안내원 같은 것도 그런 존재다.
스스로 문을 열고 세상 문을 모두 자동으로 만들고 각자가 지도 읽는 법을 열심히 배운다면 그런 존재들은 필요가 없다. 하지만 소비자는 아무리 좋은 지도와 검색엔진을 줘도 단지 기계가 싫어서 인간을 써야만 하기도 하다. 백화점에서 직원들이 일렬로 서서 손님에게 인사를 하는 것도 그렇다. 그들이 인사를 하지않는 다고 해서 세상 돌아가는 데 아무 지장도 없지만 그들이 있으므로도 손님들은 자신이 왕이 된 기분이 나고 기쁘다. 만약 인사 로봇이 인사를 한다면 그렇게 기쁘지 않을 것이다.

엔지니어들은 자신들이 좀더 빠르고 효율적인 것을 만들면 세상에 반드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은 꼭 그렇지는 않다.
아무도 원하지 않은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일수도 있다.
바나나 껍질을 빨리 벗기는 기계를 만들어봤자 사람들이 바나나를 먹지 않으면 의미가 없고
다이아몬드를 금으로 만드는 기술을 만들어도 사람들은 전혀 그런 짓을 하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이공계의 많은 학과들이 서양(미국, 유럽)에서는 필요에 의해 생겨났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모든 학과들과 인원들이 시장의 필요에 의해 생겨난 것은 아니다.
단지 정부가 보기에 서양을 모방해서 만들어두면 우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까해서 만든 것인데, 사실 그리 도움이 안되기도 한다. 그래서 열심히 가르쳐놓고 그냥 버린다.
마땅히 시킬만한 일이 없다. 이 나라에는 그런 직업적 요구가 없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CG 전문가를 만들든, 소프트웨어 전문가를 만들든 우리나라에는 그런게 별로 필요가 없다.
기업에서 많이 필요하다고 아우성치는 그런 종류의 사람과 학교에서 가르치는 종류의 사람은 다르다. 같은 'xx분야의 전문가 10만명 필요'라고 소리치고 있어도 사실은 다른 종류의 능력을 가리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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