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공대, 서울 공대생을 위한 변명 |
[도깨비 뉴스] 몇 달 전 서울대 폐지 논란이 일었었다. 당시 “학벌주의를 없애기 위해 서울대를 폐지해야한다”는 의견과 “폐지론은 위험한 발상이다. 현존하는 좋은 대학마저 없애버리는 것이다”는 의견으로 팽팽히 맞섰다. 여기에 세계 대학의 서열을 정한다면 서울대는 150위에도 들지 못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이른바 '서울대 폐지론' '서울대 무용론'은 한때 우리 사회의 대세로 자리 잡는 듯한 분위기가 생겨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스스로를 ‘서울대 공과대학에 재학 중’이라고 밝힌 네티즌이 쓴 글 하나가 웹상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글은 여러 미니홈피와 블로그 사이트 그리고 많은 커뮤니티 사이트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도깨비뉴스에는 독자 ‘도깨비티셔츠T’님이 제보해주기도 했다. 우선,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의 진실’이란 제목으로 떠돌고 있는 이 글은 “언론의 표적이 된 서울대학교, 그 중에서도 이공계 기피 현상과 맞물려 공과대학에 대해서 말하고 싶은 게 있다”면서 시작된다. 신원을 정확히 밝히지 않는 필자는 “서울대학교가 세계 150위 안에도 못 들었다고 언론에서 비난을 가하는데 이에 대해 하나씩 하나씩 이야기 하겠다”고 말문을 연 뒤 ‘교수’, ‘학생’, ‘커리큘럼(교육과정)’, ‘교육시설’ 등을 예로 들며 ‘서울대학교 공대생’들의 현실을 조목조목 설명한다. “객관적으로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의 교수들은 국내 최고가 아니라 세계 최고 수준의 전문가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어떠한 대우를 받고 있는가?” 필자는 서울대 교수들의 경우 거액의 연구비는커녕 일반 사기업 간부 보다 적은 연봉을 받고 있으며, 지원받는 연구비 또한 실험 기자재를 구입하는 데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그는 “서울대학교가 세계 150권 밖의 대학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만, 서울대학교 1년 전체예산이 미국의 한개 사립대의 1년 전기세보다 적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라고 서울대의 열악한 환경과 정부의 미흡한 지원을 지적하면서 이런 상황에서 서울대가 세계 최고수준 되지 못한 것을 나무라는 것은 “남들은 자동차로 가는데 혼자 두발로 달려 그들을 따라 잡아라고 다그치는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항변했다. 끝으로 필자는 “사회적으로 서울대학교의 부정적 기능도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부정적인 면을 고쳐나가려 해야지 무조건 싹을 자른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다”라며 “학벌이 아닌 진정한 실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글은 워낙 논란거리가 많은 소재에 대해 언급하다 보니 가는 곳 마다 뜨거운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공감 한다는 의견이 많지만 예산 등등이 턱없이 부족한 여건에서 세계 초일류가 된 분야도 적지 않은데 예산, 정부지원 타령만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쪽이 다소 우세해 보인다. 즉 국내 대학 가운데서는 서울대가 가장 풍부한 인적 물적 자원을 갖고 있는데도 정부지원이 적다고 하는 것은 다른 대학과는 달리 특별 대우를 해달라는 것과 다를바 없다는 것이다. 특히 지방 대학 학생들은 허탈해 하는 분위기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의 진실 먼저, 본인은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 중 한 명임을 밝히며, 요즘 몇가지 느낀 바를 적으려 합니다. 편의상 경어를 사용하지 않았으며 긴 글임을 미리 말합니다. 1.들어가며... 작년 SBS에서 방영한 '세계의 명문대학을 가다'라는 다큐멘터리를 봤다. 2부작으로 구성된 이 다큐멘터리는 외국의 유명 대학을 직접 가서 여러 측면을 촬영하고, 우리나라의 대학도 이를 본받자는 요지의 프로그램이었다. 그것을 보고 몇가지 느낀 바가 있어 글을 쓴다. 최근 언론의 표적이 된 서울대학교, 그 중에서도 이공계 기피 현상과 맞물려 공과대학에 대해 말하겠다. 최근 언론에서는 서울대학교가 세계 150위 안에도 못들었다며 큰 소리쳤는데 이에 대해 하나 하나씩 이야기하겠다. 특히, 오마이 뉴스에서는 뽑은 기사 제목은 "세계 153위 대학은 그 입 다물라!"이었다. 2.교수 주관적인 판단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의 교수들은 국내 최고가 아니라 세계 최고 수준의 전문가이다.(타 단과대학은 그렇치 않다는 얘기가 아니라, 논의를 공과대학으로 좁히기 위한 언급이다.) 이는 본인이 인정한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라, 세계가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외국의 명문대학교에서 안정된 교수 생활이 보장되었지만, 우리나라에서 후학들을 양성하기 위해 스스로 입국한 분들이다.실제로 외국에서 교수직을 하다가 입국하신 분들도 있다. 아니 그러한 분들이 더 많다. 예를 들어 기계항공공학부의 최해천 교수님의 경우 유체 역학 난류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이며,기타 다른 교수님들 역시, 여러 저널의 편집위원 또는 편집장을 하고 계시는 분들이다. 그럼 과연 우리나라에서 어떠한 대우를 받고 있는가? '명문대학을 가다' 다큐멘터리에서 중국의 모 대학의 교수가 중국 정부로부터 거액의 연구비와 연봉을 제시받고 귀국하였다. 하지만 서울대학교 교수님의 경우 거액의 연구비는 커녕 일반 사립대보다 적은 연봉을 받고 있다. (이는 수의학과에 황우석 교수님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지원받는 연구비는 실험 기자재를 구입하는데 턱없이 부족하다. 공과대학의 논문은 주로 실험을 통해 쓸 수 있는데, 부족한 실험 기자재를 가지고 세계적인 논문을 쓴다는 것은, 남들은 자동차로 가는 데 혼자서 열심히 달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실험을 해야 연구 성과를 내놓던지 말던지 할 것이 아닌가. 3.학생 박정희 대통령이 경제 개발 5개년 계획을 시행하고, 과학자를 육성하면서 전국의 많은 수재들이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에 입학하고 졸업하였다. 90년대 초까지 서울공대의 커트라인이 전국에서 가장 높았으며, 2000년대 초반까지 경희대 한의대, 연대 의대를 합격하고 서울공대를 택하는 것이 전혀 이상한 선택이 아니었다. 아쉽게도 현재 입학하는 학생들의 커트라인은 예년보다 낮은 것이 사실이나, 상위권 학생의 경우 여전히 예전과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오히려 예전의 학생들에 비해 공부량이 월등히 많다. 이것은 90년대 초반 선배들로부터 직접 들은 이야기이다. '세계의 명문 대학을 가다'에서 중국의 명문대학 한 학생을 인터뷰했는데, '우리가 배우는 교재는 미국의 명문대학과 같은 교재입니다. 단지 중국어로 번역되어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말이죠.' 이런 말을 하며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러면 서울공대의 경우는 어떠한가, 동역학이라는 과목이 있는데, 이 과목의 교재는 MIT에서 사용하는 교재이다. 물론 한글 번역본이 아닌, 영어로 쓰여진 원서이다. 같은 교재로 공부한다고 같은 수준이라는 논리는 아니지만, 교수님들이 실력도 없는 학생들에게 어려운 책을 교재로 사용할리 만무하다. 참고로 전공 교재의 80%는 원서이다. 하버드 대학의 학생들을 취재하면서 시험 기간에 밤새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기숙사에서 옷갈아 입고 다시 도서관으로 향하는 학생을 대단하다는 듯이 촬영하였는데, 이 역시 서울공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공부할 자리가 없어서 공부를 못한다는 말이 장난처럼 느껴지는가? 못 믿겠으면 직접 서울공대에 와서 확인해보라. 4.커리큘럼 흔히 서울공대는 5년제이고, 4년만에 졸업하면 조기 졸업이라는 농담이 있다. 물론 실제 교과과정은 4년이다. 하지만 군휴학을 제외하고서라도 8학기 만에 졸업하는 학생의 비율은 타학교에 비해 매우 낮다. 9학기, 10학기 심지어 12학기만에 졸업하는 학생도 적지 않기에 그런 농담이 생긴 것이다. 그럼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까? 과연 서울공대 학생들이 공부를 하지 않아서 일까? 서울공대 학생들은 보통 한학기에 17학점을 수강하는데, 이는 타학교에 비해 적은 학점 수이다. 하지만 공부해야 할 양은 곱절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1학년 때 배우는 물리, 화학은 원서(모든 내용이 영어로 쓰여진 책)를 교재로 하며, 거의 매주 숙제가 있다. 수학은 한학기에 여러번 퀴즈 시험이 있다. 2학년에 올라가면 1학년 때의 교과과정은 장난이 된다. 대부분의 과가 2학년, 3학년 때 교과과정이 빡신데, 이는 살인적이라 할 수 있다. 전공 수업의 경우 한학기에 보통 시험이 3번, 많게는 4번까지 보며, 중간 중간의 퀴즈, 매주 나오는 숙제, 실험 레포트, 프로젝트 준비까지 하자면 숙제를 제외하고 따로 공부할 시간이 없다. 서울공대에서 시험 기간이 언제야? 라고 묻는 질문은 개념없는 질문으로 취급받는다. 왜냐하면 한 학기 내내 시험이끊이질 않기 때문이다. 개강하고 한 달 후부터는 따로 시험 기간이 있는 것이 아니라, 매주 한 두과목씩 시험이 있으며 그 사이사이에 퀴즈(쪽지 시험), 숙제, 프로젝트, 실험 레포트를 써야한다. 따라서 시험 기간은 2달 반이라고 보면 되겠다. 일례로 3학년 수업 중 기계 요소 설계라는 과목이 있는데, 이는 기계의 요소, 베어링, 기어, 축 등을 이용하여 간단한 장치를 설계하는 것이다. 수많은 역학 공식과 물성치를 이용하여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인데, 한 학기에 3번 정도의 숙제가 나온다. 손으로 적게는 50여장에서 100장 많게는 그 이상의 레포트를 작성한다. 문제의 조건 분석부터 시작하여 힘 계산 그리고 도면 출력까지. 마감일 2~3일 전부터는 약 100여명의 수강생 전체가 학교에서 밤을 새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그런데... 서울대학교 학생 공부 시간 일주일에 2 시간도 안돼.'라는 제목의 기사를 볼때는 참 어이가 없다. 그 기자에게 서울공대 학생들과 함께 일주일만 생활해보라고 권하고 싶다.밤새 불꺼지지 않는 대학원 연구실을 보고서 말을 했으면 좋겠다. 또한 타학교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 '이번 여름 학기에 무슨 과목 재수강해'라고 이야기 하면, '너 공부 어지간히 안했나 보다'라고 한다. 그렇다. 타학교에서는 아예 공부를 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면 여름 학기를 수강하지 않으며, 재수강 역시 하는 일이 없다. 그리고 A학점 받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게 이야기한다. 서울공대 전공수업의 경우, 수강생의 평균 점수를 받고도 C학점을 받는 경우가 드문 일이 아니다. 다시 말해 수강생의 절반 정도가 C학점을 받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숙제도 열심히 하고 시험 공부도 열심히 했는데, C학점을 받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리하여 타학교 학생들에 비하여 재수강을 많이 하게 되는 것이다. 5.교육 시설 서울대학교가 세계 150위권 밖의 대학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치만, 서울대학교 1년 전체 예산이 미국의 한개 사립대의 1년 전기세보다 작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몇명이나 될까?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의 집안의 한 달 전기세를 가지고 한 가족이 한 달동안 생활한다고 생각해보자. 그 생활이 상상이 가는가? 그렇다. 서울대학교는 지금 그런 환경에서 공부하고 연구하여 세계 150위라는 성적을 이루어 내었다. 서울대학교의 연구비는 전세계 대학에서 몇번째가 될지 생각해 보았는가? 500위 밖이다. 하버드 대학에는 크고 작은 도서관이 무려 100개가 있다. 서울대학교의 도서관은 10개 이내이다. 공부하러 도서관에 가도 앉을 자리가 없다는 것은 흔히 하는 말이다. 교수 1인당 학생수는 외국의 5배가 넘는다. 외국의 대학생들은 군대 문제로 공부를 중단하는 일이 없다. 이는 서울대 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 모든 대학 연구 수준의 한계성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제대한 복학생이면 그 고통을 알 것이다. 이외에도 수많은 불리한 여러 상황은 생각치 않고 단지 150위라는 것에 집착하여야 하는 것인지. 일본은 물론, 중국의 경우도 베이징대나 칭화대에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은 재정적 지원을 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말할 것도 없다. 다시 말해,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전세계 200위권 이내의 성적을 내는 것은 기적이나 다름없다. 이제 10명 중 3등 하는 달리기 선수한테 왜 그것 밖에 못하냐고 말하기 전에 그 선수에게 밥은 제대로 주고 있는지를 생각하자. 다시 말해 output만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input 대비 output을 생각해 보자는 말이다. 덧붙여 전세계 대학을 1등부터 순위를 매긴다는 것 자체가 객관적이지 못하다. 왜냐하면, 그 기준이 애매모호하다. 예를 들어 논문 인용수의 경우, 국문학과, 국사학과에서 발표한 논문이 아무리 잘 쓰여진다해도 다른 나라에서 인용할 경우가 있을까? 이는 수준의 차이가 아니라 국력의 차이이다. 또한 대학 평가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재정적 지원이다!! 6.물러가며... 사회적으로 서울대학교의 부정적 기능도 있다는 것에 대해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어느 정치인이 서울대학교 출신인데 어떻다더라 서울대학교가 없어져야 한다는 논리는 말이 안된다. 그렇다면, 비리 경찰 문제가 있으니 경찰서를 모두 없애고 촌지 받는 선생님들이 있으니 학교도 모두 없애자는 논리와 다를 바 없다. 70~80년대 급속한 경제 발전의 원동력에서 서울공대 출신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 부정적인 면을 고쳐나가려 해야지 무조건적으로 싹을 자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이제 오마이 뉴스는 "세계 153위 대학은 그 입 다물라!"고 말할 것이 아니라, 세계 언론 500위 안에도 못들 오마이 뉴스가 입을 다물어야 할 것이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학벌이 아닌 진정한 실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덧붙여, 서울대생에 관한 오해 1. 서울대생은 할 줄 아는게 공부 밖에 없다? 솔직히, 저도 입학하기 전까지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만, 나중에 보니 온갖 종류의 사람들이 다 모여있더군요. 신입생 환영회 때부터 담배만 피워대던 양아치류부터 게임페인, 당구고수, 스타고수, 음악 전문가 등 다른 모임과 별다를 것이 없습니다. 물론 소위 말하는 범생 스타일이 다른 대학교보다 높긴 할 겁니다. 2. 서울대학교 나와도 취업이 안된다? 최근 나온 기사에서 취업률 통계를 보니 그렇더군요. 하지만 제 주위에 취업 못해 서 백수인 사람은 아직 못봤습니다. 유학 준비나 고시 준비생이 많은 탓이지요. |
1. 나만 공대와서 너무 놀았나.;;a
2. 서울대의 문제는 모든 분야를 잡고 있다는 것 같다. 미국처럼 국가가 크면 좀 나눠먹을 텐데
3. 서울대 폐지는 별로 해결책이 아닌 것 같다. 다음 순위 대학들이 한 단계씩 순위가 당겨질 뿐이니까.
학벌주의를 없애야 겠지.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