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팀이 36층으로 이사가게 됐다.
아셈타워가 41층짜리니까 꽤 높은 셈이다.
서울은 공기 오염이 심하고 자리에 앉아서 창 밖을 보면 시야각 때문에 땅은 안보이고
옆에 있는 트레이드 타워랑 하늘만 보이는 데, 온통 뿌옇다.
그냥 구름 위에 있는 기분이다. (질소 산화물로 가득한 스모그 = 구름)
창 밖을 내려다보면 심시티(simcity) 게임이랑 비슷한 시야가 들어온다.
잠실경기장도 보이고 탄천, 한강, 올림픽대로, 한전 건물과 주차장, 봉은사 사거리도 보인다.
그리고 반대쪽 창가에서 보면 압구정을 포함한 강남이 다 들어온다.
(삼성과 잠실은 강남의 북동쪽에 있는 편이니까.)
자동차들이 도로 위를 돌아다니는 것도 성냥갑처럼 보이는 데.
반짝반짝 세차들을 잘 해서 그런지 멋있다.
입체 교차로도 항상 밑이나 옆에서만 봤는 데 윗쪽 옆에서 보니 더 그럴듯하다.
밤에 보이는 야경도 괜찮은 편이다. 특히 도로 주위를 감싸는 가로등이 멋지다.
청담대로도 가로등을 많이 켜서 멋있고 강북도 보이는 데,
한강이 넓으니까 강북은 꼭 섬(맨하탄)이나 해안도시(보스턴 같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더 그렇게 보이는 이유는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한강이 구부러져 있어서
내가 보는 강북쪽이 볼록 튀어나와 있다.
아직 사람도 별로 없고 빈 곳도 많고 공사 중인 곳도 있다.
이 층의 1/3 면적에 근무하는 직원이 9명(우리팀 8명 + 2대주주 아저씨 1명) 밖에 없다.
휑하니 빈 공간만 넓어서 태권도 도장같다. 아무 것도 없이 바닥에 카펫만 달랑 깔린게.
컴퓨터 댓수랑 사람이 많다면 온도도 많이 올라갈 텐데, 그렇지 못해서 그런지 너무 춥다.
(6층보다 대략 100m 높지만 기온 감률이 1도/100m니까 고도에 의한 효과는 1도 밖에 안된다.)
기압차도 약간 느껴지는 데, 밑에서 올라올 때는 아무렇지도 않은 데
위에서 내려갈 때는 귀가 멍하다. 살짝 고막이 아프다.
고속 엘리베이터라서 1층, 35~40층만 운행하기 때문에 18층쯤 되면 상당한 속도로 가속이 된다.
"360m/분"이라고 적혀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오래 기다려야 되니 귀찮다.)
그래서 비행기에서 승무원들이 가르쳐 주는 것처럼 코를 막고 바람 불어서 유스타키오관을 열고 있다.
아무래도 아래층이 기압이 높고 유스타키오관은 몸의 압력이 대기의 압력보다 높을 때만
열리는 것 같다. 그래서 올라갈 때는 괜찮고 내려 갈 때는 고막이 아프니까 강제로 열어줄 필요가 있는 모양이다.
다른 팀이 가까이 있지 않아서 너무나 조용한 분위기다.
숨막힐 지경이다. 다른 팀들이 있으면 옆에서 작은 잡음도 내주고 새로운 대화 주제도 줄 텐데.
우리끼리 섬에 고립되버렸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