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래머는 엔지니어 중에서도 약간 독특한 면(specification)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각 분야별로 개성이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엔지니어들은 각자 다른 일을 하고 있고 서로의 작업을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프로그래머는 그게 좀 더 심한데, 작업을 이해하는 게 어려울 뿐만 아니라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는 지 조차
서로 모를 수도 있다.
기계공학이나 건축공학 같이 하드웨어적인 분야는 자신의 결과물을 눈에 띄게 쉽게 보여줄 수가 있고
부품을 보여주고 만져보고 구체적이고 직관적인 면이 많은 편인데
소프트웨어는 그게 어렵다. 추상적이다.
그래서 구체화의 노력이 필요한데, 자신의 소스코드를 직접 읽으면 나온다고만 말하고 남에게 잘 설명해
주려고 하지는 않는 다. (입 아파서 안 한다는 뜻.)
입이 아프다면 글로 적는 것도 좋은 방법인데. 매우 싫어한다. (엔지니어는 어느 분야든 글쓰기를 싫어한다.)
글을 많이 쓰는 엔지니어는 둘 중 하나다. 대가이거나 허풍쟁이이거나.
(나는 허풍쟁이지만 대가가 될꺼다.)
내가 작년에 회사에 처음 들어왔을 때 6개월간 옆 팀 사람들과 매일 점심, 저녁을 같이 먹고 그 때마다 그들의 대화도
엿들었는 데. 그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 지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1년 반이 지난 지금에서야 조금 알 것 같다.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팀 내부에서 도는 e-mail을 몇 달간 받고, 지금은 멀리 떨어졌지만 그들의 뉴스그룹에서
질문, 답변을 훔쳐보고 있어서 겨우 그들이 쓰는 약어들의 원래 단어를 알아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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