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5월 28일 금요일

세탁기 호스에 물이 또 새서 다시 수리했다.


근본적으로 해결되지는 못했고


그냥 꽁수를 쓰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좀 대충 살면되는 데, 성격에 문제가 있어서 깔끔한 해결책이 아니면 잠이 안와서 말이지...


프로그래머의 손이 금새 물에 불고 기름에 절어버린 기계수리공의 손이 되었다.


엔지니어의 손이란 이런건가. 매우 투박해보이는 군.


구석에서 허리숙이고 고민하면서 나사를 조였다가 풀었다가 했더니 허리도 아프군.


세탁기 호스인데 편한 위치에 놓았을 리가 없다. 가장 구석지고 인체공학적으로 불편한 위치에 있다.


미관을 보기 좋게 하는 게, 엔지니어의 자세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을 테니까.


세상 살이는 기계를 인간에 맞춰야 하지만 일을 하려면 기계에 인간을 맞춰야 하는 게 불쌍한 엔지니어의 삶이다.


인간적인 삶의 소중함과 중요성을 알면서도 기계처럼 살아야 하는 숙명인가.


 


손톱 밑에 낀 기름은 빠지지도 않는 군.


찬물에 불어서 터진 손은 잘 아물지도 않고 까칠까칙해 진다.


같은 물과 손인데 수영장에서 수영하고 불은 손과는 왜 다른 걸까?


 


쩝.. 자동 세탁기는 물 공급, 세척, 물제거, 다시 물 공급, 행굼, 물 제거, 탈수.. 이 과정을 1~2회 반복하는 데.


물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수도시스템이라는 게 압력차에 의해 물을 넣는 거라


이음새에 틈이 있으면 그곳으로 새버리고 세탁기 속 물의 압력이 높아지만 물이 나오지 못하고 역류하는 듯하다.


그리고 초기값에 요소를 고려하면 선형적인(1차원적인) 문제가 아닌 골치아픈 문제가 되는 군..


물론 새는 곳도 없고 압력도 충분히 세면 좋겠지만...


로켓 엔진도 아니고 세탁기인데 경험과 직관적으로 해결하는 수 밖에..


결국 우리의 자동 세탁기는 이음새 부분의 문제로 반자동 세탁기로 변해버렸군.


중간 중간에 에러를 내면 내가 가서 수동으로 문제를 패스하는 꽁수를 써서 해결해야겠다.


세탁기 자체의 문제도 아닌 데, 이건 어디에 문의해서 수리 받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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