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5월 22일 토요일

학교에서 배운 것들

사회에 나오면 최대한 빨리 까먹어야 한다.


난 되게 학구적인 편이라서 기억하는 속도도 늦지만 까먹는 속도도 느려서


꽤 오래 가지고 있다.


벤젠고리, 마찰력, 아세트산 카민, 염색체, DNA 5->3, 오까자키 조각.


 


이런 무수한 용어들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자주 떠오르고 관심이 가기도 한다.


한 때 참 재미있게 공부했던 것 같은 데.


 


사회는 이런 것들을 내게 금지하고 있는 셈이다.


학교에서 배웠던 이런 것들 세상에서 얘기하면 금새 왕따되기 쉽상이다.


 


지나치게 다양한 분야에서 약간씩의 관심만 가지고 있다는 게 문제이려나?


 


관심분야도 너무 많고 궁금한 것도 너무 많고


몇 명 붙잡아다 놓고 매일 매일 토론도하고 모르는 것도 물어보고 싶은 데.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고시 중독 환자처럼 세상을 살아가는 본질적인 문제자체보다


세상을 잘 살기 위한 도구에 불과한 학문에 너무 중독되버린 게 아닐까?


 


학교 다닐 때는 배운 걸 써먹을 수 없다는 게 아쉬웠고


지금은 배운 걸 말하는 것조차 안된다는 게 아쉽다. (비슷한 말인듯..)


어린 아이처럼 내가 세상의 허락(진화론이 말하는 환경의 선택 같은..) 없이 맘대로 배워놓고 맘대로 세상에 대해


불평하는 걸까?


 


중,고등학교 때 그렇고 좋아하고 무수히 풀었던 방정식들과 사고 실험들은 다 뭘까?


대류권, 성층권, 중간권, 열권의 대기 모델과 대륙 지각판과 해양 지각판의 충돌은 다 뭐지?


그런건 그냥 KAIST 나왔다는 간판하나로 회사에 입사할 때 약간 쉽게 들어왔다는 것 이외에는 없다.


(그게 어떤 사람에게는 큰 것일 수 있지만.)


중, 고등학교의 교육이 암기적인 지식 자체보다는 사고의 방법과 힘을 길려주는 교육이었다면 덜 억울했을 것 같다.


Ni, Na의 원소번호가 시험에서는 중요하지만 화학교육를 받지만 화학자가 아닌 세상 99%의 사람들에게는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Ni, Na이 물과 만나면 위험한데, 실생활에서는 어떠한 경우 그런 걸 만날까? "


차라리 이런 실용적인 교육을 하던지.


아니면 원소번호를 정하기 위한 과학자들의 토론 과정과 그들의 창의성과 열정은 어떠했는 지,


어떤 식으로 논리적인 전개를 해나가고 가설들을 설정했는 지.


그런 모델을 어떻게 구성하고 검증하는 게 올바른지.


이런 곳에 더 중점을 뒀어야 하지 않을 까?


도대체 학교는 뭘 가르치려고 존재하는 걸까?

댓글 2개:

  1. 학교는 자리에 앉아서 쓸데 없는일을 하는것에 익숙해지도록 만들지 또 세상은 권위주위적이라는 것도 배우고 뇌물의 사용법도 익히지.. 또 강한자에게 친해야 한다는 사실도 배우고, 또 정해지 시간에 모이고 헤어지고 하는 것도 배우지.. 학교에서 가르치는것은 지식이 아님 지식은 하나의 도구에 불과함.. 제3의 물결에 학교에 대한 고찰이 잘 되어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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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5년 전에 20%쯤 읽다가 졸려서 접었는 데.

    다시 봐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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