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5월 23일 일요일

[기사]맞벌이, 과연 부부를 행복하게 만드는가

<신간> '중산층 욕구'의 위험 분석한 <맞벌이의 함정>
[프레시안 이승선/기자]  "당신이 자녀를 갖고 있는 맞벌이 부부라면 파산할 확률이 높다."
  
  <맞벌이의 함정>(엘리자베스 워런 외.주익종 옮김.필맥 간)은 이같은 충격적인 화두로 시작된다.
  
  나아가 아내까지 직장을 나가 수입이 늘어날수록 왜 봉급생활자들의 삶이 힘겨워지는가에 대한 의문을 풀어준다. 또한 왜 더 많은 여성들이 전업주부로 남아있을 수 없게 되며, 그다지 낭비하는 것도 아닌데 왜 더 이상 지출을 줄이기도 힘든지도 설명해준다.
  
  보다 나은 주택,교육에 대한 치열한 경쟁
  
  부부가 함께 벌면 혼자 버는 가정보다 더 많은 수입을 올리는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여자들이 일자리를 갖게 되면서 수입이 늘어나면 중산층 이상의 삶을 유지하려고 하는 욕구가 커진다. 맞벌이가 늘수록 중산층을 향한 상향평준화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이는 다시 주택-교육 등 중산층 이상의 삶을 구성하는 핵심적인 요소에 대한 희소가치를 높이게 된다.
  
  보다 좋은 주택,교육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이들의 가격도 올라가 맞벌이 수입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가 되며, 그러다가 어느 순간 배우자 한 쪽이라도 실직하는 순간 중산층에 대한 사회안전망이라고는 사실상 없기 때문에 파산에 이른다. 일단 실직하면 더 낳은 수입을 올리는 직장을 얻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상황은 갈수록 악화된다.
  
  특히 보다 좋은 주택.교육에 대한 수요는 자녀를 가진 가정에서 주로 발생한다는 점에서 ‘자녀를 둔 맞벌이 가정’이 파산할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20년만에 여성 파산자 7배 증가한 이유
  
  <맞벌이의 함정>은 미국의 예를 들어 실증적인 데이터를 곁들여 이같은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저자 엘리자베스 워런은 하버드 법학대학원을 졸업한 이후 재정난에 처한 가정들을 연구해 왔으며 현재 하버드 법학대원에서 상법 과목을 가르치는 교수다. 채무와 법률의 전문가다. 공동저자인 아멜리아 워런 티아기는 와튼스쿨에서 경영학석사를 취득했으며, 두 사람은 모녀지간이며 ‘일하는 엄마’들로서 그들 자신이 ‘맞벌이 주부’이기도 하다.
  
  엘리자베스에 따르면 소비자파산 프로그램을 위한 자료를 검토하던 지난 99년 믿을 수 없는 데이터를 발견하면서부터 ‘맞벌이 가정의 함정’에 대한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지난 81년 6만9천명이던 파산을 신청한 여성이 99년에 50만명으로 급증했다는 데이터를 본 엘리자베스는 처음에 수치가 잘못된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다시 점검한 결과 실제로 20년만에 파산신청을 한 여성의 수가 6백62%(7배 이상)나 증가했다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혼 등으로 혼자 사는 여성들만이 아니라 수십만명의 기혼여성들도 남편과 함께 파산을 신청했다는 점이다.
  
  ‘자녀 가진 여성’은 파산예고지표
  
  저자들은 연구를 거듭한 결과 이들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자녀가 있는 부모라는 점이다. 이들은 “자녀가 있다는 것은 이제 여성이 재정파탄을 맞을 것임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고지표”라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연구 결과 유자녀 기혼 부부가 무자녀 기혼부부보다 두 배 이상 파산신청을 할 가능성이 크다. 아이를 키우는 이혼 여성이라면 자녀를 가진 적이 없는 독신 여성보다 거의 세 배나 더 파산신청하기 쉽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2010년경까지 5백만 가구 이상의 유자녀 가정이 파산신청을 하게 될 것이다. 이는 미국 전체로 볼 때 유자녀 가정 일곱 중 거의 하나가 완전히 파산함으로써 거대한 경제게임에서 패자로 전락할 것임을 뜻한다.
  
  미국인들은 이혼보다 파산신청을 더 많이 한다. 심장발작,암,대학졸업,이혼 등은 거의 모든 미국 가정에 인생의 변곡점을 만든다. 그러나 이제 그 어떤 생애의 사건보다 파산을 경험한 사람들의 수가 더 많아질 것이다.
  
  단일 소득 가정은 중산층 탈락 우선순위
  
  보통의 논리대로라면 부부가 다 직장에 나가면 그 가정은 재정적으로 더 안전해져야 할 것이다 맞벌이 가정이 두 번째 봉급을 저축했더라면 그들은 다른 종류의 안전망, 즉 많은 금액의 은행 예금을 보유하는 것과 같은 종류의 안전망을 갖췄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두 번째 봉급을 저축하지 않았다. 수백만 여성들이 일터로 진군했는데도 저축은 감소했다. 그 이유는 부부가 놀기 위해, 또는 자녀의 장난감을 사기 위해 봉급을 다 써버렸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놓고 서로 격렬히 다투는 입찰전쟁에 휩쓸려 들었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이란 바로 좋은 학군내 주택이다. 학교 체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자 주택에 대한 입찰전쟁이 격화됐고, 부모들은 좋은 유치원에 보내기 위해, 또는 좋은 대학에 입학시키기 위해서도 주택에 대한 입찰전쟁에 나서서 그 가격을 점차 높여갔다. 안정맞춤으로 엄마의 소득이 적시에 생겨나 입찰전쟁에서 경합을 벌일 추가적 실탄을 각 가정에 주게 되어, 그들 모두가 원하는 것들의 가격을 더욱 높였다.
  
  오늘날 평균적인 맞벌이 가정은 한 세대 전에 혼자 벌던 가정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번다. 그러나 일단 모기지 대금, 자동차 할부금, 세금, 건강보험료, 보육비를 지불하고 나면 오늘의 이중소득 가정은 한 세대 전의 단일소득 가정보다 재량껏 쓸 수 있는 소득이 더 적고 저축할 돈도 더 적다.
  
  필연적으로 맞벌이의 함정은 단일소득 가정에도 영향을 미쳤다. 일터로 나온 수백만명의 엄마들은 전업주부 엄마를 원하는 가정을 포함한 모든 가정들에 대해 ‘중산층 생활의 가격’을 서서히 올렸다.
  
  한 세대 전에는 열실히 일하고 신중하게 지출하기만 한다면 혼자 버는 가장만으로도 그 가정이 중산층의 안락한 지위를 보장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맞벌이 가정이 가세해 입찰전쟁이 더욱 격렬해지자 단일소득 가정도 바뀐 게임의 규칙 속에서 경제적 사다리의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엄마가 집에 있으려면, 혼자 버는 평균적인 가정은 괜찮은 공립학교와 유치원, 건강보험, 대학 학위 등을 포기해야 하고, 그럴 경우 자신과 그 자녀는 중산층의 꿈을 거의 단념해야 한다.
  
  자녀를 가진 부부관계에 대한 연구 결과를 보면 성격차이가 아니라 돈이 대다수의 부부싸움의 원인이 된다. 재정적으로 불안한 상태에 있다면 더욱 돈이 문제가 된다. 이는 이혼의 주요원인으로 작용한다.
  
  파산을 개인책임으로 돌리는 두 신화
  
  여기서 저자는 ‘악덕 채무자의 신화’를 문제삼는다. 빚도 갚지 못할 걸 알면서 흥청망청 쓰기에 파산한 것이라는 개인의 문제로 돌리는 신화다.
  
  하긴 파산한 가정의 90%가 대학진학,주택소유,좋은 직장 근무경력 등과 같은 기준으로 중산층을 정의한다면 여기에 속하는 가정이라고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적인 책임으로 치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주택과 교육 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리기 어려운 점이 있다.
  
  저자는 또 하나 파산하는 중산층이 늘어나는 요인으로 지탄받는 ‘과소비 신화’에 대해서도 반박한다. 외식을 많이 하게 되면 식료품점에서 구입비가 줄어드는 등 지출항목들의 상쇄효과로 인해 통계적으로 계산하면 과소비가 파산의 요인이 될 정도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과소비란 위기시에 우선적으로 지출을 중단할 수 있는 품목들이라는 점에서도 파산에까지 이르는 직접적인 요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중산층을 유지하려는 욕구, 특히 더 나은 ‘주택과 교육’에 대한 욕구가 위기시에 이를 당장 중단할 수 있는 ‘과소비’에 해당한다면 모르지만 개인의 책임으로 돌릴 문제만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저자는 ‘자녀를 둔 맞벌이 가정’의 파산을 불러오는 주요인인 ‘주택과 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미국의 현실에 맞는 대안도 제시하고 있다. 저자가 제기한 문제와 대안에 대한 접근법은 우리의 현실과도 그리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이승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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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에 지출을 맞추는 것도 있고, 사회가 점점 어려워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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