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 때 유치원에 안 가는 시간이나 초등학교 방학 때면
대부분 엄마와 함께 집에 있게 된다.
(학원에 안 다녔던 방학도 짧지만 종종 있었던 듯..)
엄마의 삶을 유심히 살피게 되는 데.
학생들과는 수면 주기부터 다르다.
엄마는 자식이 아침 6시에 학원이나 학교를 가거나 소풍을 가면 4시에 일어나고 밤 12시에 주무시기도 하신다.
대신 낮 시간에 한가할 때 잠을 많이 주무시는 것 같다.
약간은 20대 폐인스러운 수면 주기이기는 하지만 20대와 다른 점은 귀찮아서 그런게 아니라.
가족들이 집안에서 생활하는 시간과 맞추기 위한 희생적인 면이 있다.
공부나 회사 업무는 몰아서 하는 것이 이득이기 때문에 낮 시간에 집중적으로 하고 밤에 쉬는 게 좋은 데.
집안일은 아무래도 밥 세 끼 먹을 시간 맞춰서 일을 해야 하고 늦게 들어오는 가족과 일찍 나가는 가족들을 도와주려면
중간 중간에 시간을 쪼개서 자야 한다. 그리고 또 일도 여러가지를 동시에 하는 경우가 많다.
노동의 강도도 높지만 난이도나 숙련도가 그리 높지 않은 대신 주기성이 강하고 동시성이 많다.
세탁기 돌리면서 기저귀 갈고 밥하면서 청소도 하고...
세탁기처럼 오래 걸리는 일이면 잊어버리기도 쉽다. 기다리다보면 그 시간에 자는 것이 최선일 수 있다.
밥을 태우는 일이나 세탁기를 돌리고 잊는 일은 어찌보면 주부의 건망증 때문만은 아니다.
인간은 그런식으로 동시에 진행되는 작업에 익숙하지 못하니까 당연하다.
단순 기계공이나 노무자는 그런 작업이 없다. 하루 종일 한 종류의 나사만 조이고, 벽돌만 바로바로 나르면 된다.
프로그래머는 클라이언트 프로그래머나 웹 프로그래머는 컴파일 시간이 짧으니 그런 일이 적은 편인데,
서버 프로그래머에게는 좀 많이 일어나는 것 같다. 주부와 패턴이 비슷해진다.
변호사나 정치인들같은 직업도 그런것들이 많긴 하지만 비서에게 스케쥴관리를 맡길 수 있어서 극복이 쉬운 편이다.
주부와 프로그래머는 대게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하거나 좋은 툴이 필요한데, 점점 그런 툴들이 늘어나고 있긴 하지만
아직은 많이 부족한 것 같다.
타이머와 알람, 시그널과 무정전장치, cronjob, notifier, scheduler, monitoring tool, exception handler, event driven design...
모두 그런 목적을 위해 만들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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