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2월 7일 토요일

자취, 하숙

  내 동생이 이번에 전대 사대와 숭실대 미디어 학과에 붙었는 데

  집에서는 사대를 적극 밀었다.

  심지어 아버지는.. "사대 아니면 대학 못 갈 줄 알아라." 하셨다는 데

  내 동생 고집이 결국 3일만에 이겨서 숭실대 가기로 했다.

  음.. 숭실대 1년 장학생이라서 아까우니까 보내 준 것 같다.

  전대는 등록비도 170만원이고 숭실대는 370만원인데..

  뭐 장학생이라니 18만원만 내면 된단다..

  아무튼 등록비 문제도 가볍게 해결..

  그런데 숭실대 근처에 아는 사람도 없고 자취나 하숙을 해야 되는 데.

  아무래도 자취하면 게을러서 밥도 자꾸 굶게 되니까 아버지께서 하숙을 고집하셨다.

  하숙집 구하러 돌아다녔는 데.

  엄마, 동생, 나, 이모, 사촌 형... 다섯 명이 떼로 몰려서 몇 곳 가봤다.

  날씨도 무지 추워서 2~3곳 가봤는 데도 힘들었다.

  그리고 다들 들어가보니 정말 내가 엄마라면 눈물 났을 것 같다.

  그런 구리구리한 방들이 한달에 자취로 30만원, 하숙으로 38만원씩 하다니.

  그렇게 작은 방을 2명이 써야 그렇게 되고 혼자 쓰면 50만원이란다.

  KAIST 기숙사보다 작은 방들이...

  바깥 세상 나와보니 우리 집이 얼마나 좋은 지, KAIST 기숙사가 얼마나 좋은 지 알 것 같다.

  하숙집 돌아다니다보니.. 하숙집 아줌마들도 정말 프로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기세, 수도세, 가스비, 짐만 맡기는 데 드는 비용, 화장실, 보일러 체계, 계약 개월 수,

  햇빛은 잘 드는 지, 벽으로 바람이 스며들어오지는 않는 지, 남자인지 여자인지.

  빨래는 어떻게 할지, 빨래 세제, 치약 등..

  모든 것에 대해 완벽히 고려되고 있었다.

  전기세, 수도세, 가스비는 각자 내는 것도 있고 하숙비에 포함되는 것도 있었는 데.

  대략 겨울이면 5만원정도 들 것 같다. (음.. 약간 많이 잡아서. 내가 사는 곳을 보면..)

  방학 때 살지 않고 짐만 맡기면 15만원 달라고 했고 (밥을 안 먹을 테니까.)

  화장실은 역시 좀 중요하다. 왜냐면 아침 시간에 가장 bottle nack이 되는 부분이 거기니까

  다른 곳은 다 따로 쓰지만 화장실은 모두 같이 써서 3명 이상이면 역시 빡빡하다.

  계약은 1년 정도 해야지. 적게 잡으면 안해준다. 대학은 1년 단위로 시즌이 마감되고 졸업, 입학하니까.

  햇빛이 안 드는 곳에서 살면 폐인 되기 십상이고

  기왕이면 같은 성별이 한 하숙집 전체에 사는 것이 부모님이 선호하시는 바다..
  (물론.. 하숙집 이웃과의 로맨스는 그렇다면 기대할 수 없지만..)

  아무튼 내 동생이 사는 곳은 남학생, 여학생 방이 섞여 있다.

  룸메는 당연히 여자지만 옆방은 남자라는..

  세탁기는 쓰게 해주지만 세제는 각자 구매,

  깐깐한 곳은 휴지도 안주는 데. 거기는 화장실 휴지는 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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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뭐 그래도 내가 좀 편한 곳에서 살아서 그렇지.

  그런 곳에서 몇 년 살면 정말 인생의 목표가 집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집들은 뭐 그리고 비싸고 좁은 지..

  다 서울에 몰려있어서 그런거다.

  내가 서울에 부동산 사기 전에 수도 이전 좀 해서 인구도 줄고 집 값도 떨어졌으면 좋겠다.

  좀 나눠서 살면 미국처럼 싸고 넓게는 못 살아도 그래도 유럽 만큼은 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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