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2월 17일 화요일

바둑

  어렸을 때 한 4~6학년 때 쯤 바둑 학원에 2달 다녔었다.
  머리 굴리는 데 도움도 되고 재미있어서 다녔는 데,
  정말 잘 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학원에서는 나이가 많은 편에 속했다.
  6살 정도 되는 꼬마들이 한글 읽기 겨우 배우고 하는 데 그렇게 잘 둘 줄이야.

  예의를 갖춰서 두지 않으면 지는 사람이 사실 매우 화가 난다.
  (꼬마들에게 놀림 당하면 참 슬프다. T.T 물러 달라고 하기도 그렇고..)

  더 다닐 까 했는 데. 신선 놀음이라 중독되면 머리 아프다.
  집중해서 두고나면 세상이 빙글빙글 도니까.

  특히 아버지랑 두는 게 어려웠는 데.
  바둑학원 다니기 전까지는 내가 못했지만. 2달 뒤에는 5점 접바둑까지는 내가 이겼다.
  (물론 내가 백 잡고 5점 접바둑;)
  근데 아버지가 지시니까 계속 자꾸 두자고 하셔서 하루에 4시간 씩 두고
  판이 다 끝났는 데도 아버지가 우겨서 못 끝내고 완전 생고문을 당해서.
  그 뒤로는 절대로 집에서는 바둑 비슷한 얘기는 안 꺼내고 있다.
  바둑판도 내가 어딘가 묻어버렸다. (저 깊숙한 가구 뒷쪽쯤으로..)
  바둑에서 제일 힘든건 중간에 자리를 뜰 수 없다는 거다. 허리가 너무 아파서..
  (뭐.. 프로라면 기권 이런거 있지만 아버지랑 둘때는 절대 못 빠져 나온다.)
  져도 화나면 안되고 포커 페이스 유지도 힘들고 상대가 둘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쉽지 않다.

  성격 좋은 사람이랑 한 달에 한 판 정도 두는 게 가장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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