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2월 22일 일요일

기숙사와 수건

기숙사와 내 집이 뭐가 다른 지 생각해 봤다.

가장 쉽게 눈치챌 수 있는 건 내 집에는 가족이 살고 기숙사는 결국 남과 산다는 점이다.
하지만 혈연적인 점을 빼면 쉽게 다른 점을 찾을 수가 없다.
밥도 같이 먹고 TV도 같이 보고 고민도 서로 나눈다.
밥그릇도 공유(물론 한 끼 식사에는 내 그릇이 유지되지만 설겆이 할 때는 공동이다.)하고 학교 기숙사 같으면 샤워장이 커서 샤워도 같이 한다.
중요한 일이 있을 때는 옷도 빌려주기도 한다.
(물론 옷을 빌릴 때는 꼭 허락이 필요하다.)

하지만 수건은 같이 쓰지 않는 것 같다.
지난 6년간 기숙사에 살면서 한 번도 눈치채지 못했었는 데.
어제 친구가 물었다.
"어, 네 세면실에는 수건이 안 걸려있네?"

우리 기숙사 같은 경우는 비누나 샴푸도 같이 쓴다.
(사실 학교 있을 때는 그것도 따로 썼었다.)
하지만 최후의 보루인 수건만은 계속 따로 쓰는 것 같다.
작지만 최소한의 개인적인 물품 중 하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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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일화를 하나 소개하자면 내가 회사 기숙사에 들어오기 몇 년전
울 회사 초창기 시절에 기숙사에 살던 사람은 양말도 서로 공유해서 신었다고 한다.
싼 양말을 200켤레 정도 사서 방 구석에 쌓아두고 신은 다음에 빨래통에 매일 모으고
다 신을 때 쯤 한 번에 빨래를 했다나.. 게으른 사람들을 위한 매우 효율적인 방법인 듯하다. (뭐;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
200 켤레를 빨 때 쯤 되면 온 집안이 발냄새로 가득할테고 200켤레를 온 방바닥에 널어 놓는 건 끔찍하다.
빨래하는 날 짜장면을 시켜먹었는 데, 배달원이 보고는 양말 공장인줄 알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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