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2월 17일 화요일

혈전

  회사 팀장님들 간에 술 내기가 한창이다.
  2달 전에 시작된 건데. 벌써 3차전.
  서로 술 잘 마시는 사람들을 흑기사, 흑장미로 고용하고 1:1 대결에서 이제는 5:5로
  백세주, 맥주, 소주, 양주, 폭탄주.. 분야를 가리지 않는 다.

  처음에 새로 오신 팀장님이나 팀원이 있으면 실력을 모르기 때문에
  얼굴보고 사람을 대충 판단하게 되는 데. 생각보다 너무 잘 마시는 인재가 많아서
  회사의 세력 구도가 바뀌고 있다.

  먹어도 절대로 안 죽는 누님이 한 분 계시는 데.
  팀장님들이 서로 데려가려고 싸우고 있다.

  특히나 우리 쪽 하고 다른 쪽하고 팀장님들끼리 술로 원수진 관계가 하나 있어서
  서로 얼굴만 보면 서로 술을 더 먹여서 죽이려고 애쓰고 있다.
  처음에는 1:1이었는 데. 우리 쪽이 너무 세니까. 1:1은 안된다는 걸 깨닫고
  제일 잘 마시는 누님을 영입.. 5:5로 붙어야 된단다.;;
  한 때는 우리 쪽이 회사에서 제일 잘 마시는 사람들이 살았다는 데.
  다들 나이가 들고 더 잘 마시는 사람들이 너무 들어와서 요즘은 도망다니고 있다.
  (나같이 못 마시는 사람이 들어오고 있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고 날마다 누구를 먼저 내보내서 보스 대신 죽을 지
  내기하는 것 같다.
  체스나 장기알이 된 기분이다. 나는 졸;;
  초반에 최대한 좋은 상대방의 말을 잡고 자폭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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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국지로 치면 여포, 관우, 장비 급으로 술마시는 사람들이 수두룩하고
  무협지로 치자면 천마신군 쯤..
  판이 더해갈 수록 점점 정예로 무장되는 팀들이 두렵다.
  괜히 팀을 옮겼더니 그런 일이.
  (술 거의 안 마시는 팀에서 살았는 데. 다시 옮기게 됐다. 잘 마시는 쪽으로..)

  모른척 멀뚱멀뚱 구경하다가 (구경하는 건 참 재밌다. 서로 망가지는 팀장님들이란..)
  술 먹는 걸 피할 수 없을 때는 얼른 2잔 정도 먹고 전사.

댓글 2개:

  1. 강호에는 고수가 많다.

    술판에서 10:1로 붙어도 고수 혼자 살아남는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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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며칠전에 돌던 메일내용이 그런 것이었구만. 그렇게 호기있게 술마시는 건 좋은데, 깨고 나서가 너무 안 좋은 것 같아. 머리 아프고 몸도 괴롭고 때로는 스스로가 한심하다고 느껴지기도 하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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