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2월 28일 토요일

청담역

아침 10시에 청담역에서 동생만나기로 했는 데.
20분 일찍 도착해 버렸다.

그냥 가만히 앉아서 시간 보내기는 아까워 보여서 좀 걸었다.
청담역은 길이가 400m 넘으니까 충분이 걸을 수 있게 길다.;;
매우 특이한 역이다. 왜 그리 지하에서 길게 만들었는 지 말이다.
어쩌면 강남 주민들이 (서울 주민들이 다 그렇지만) 지하철에서 가까울 수록
집값이 비싸다는 걸 알고 건의해서 그렇게 길게 만들었을 까?
출구가 12개나 되고 출구마다 엄청 떨어져 있다.

그리고 청담역은 꽤 한가한 편인데. (길이가 기니까 사람 적게 다니는 복도가 많다.)
지하철 통로에는 어디든 있는 시각 장애자용 블럭을 밟으면서 걸어보기로 했다.
울퉁불퉁한게 확실히 느낌이 왔다.
앞에 지나가는 사람도 없고 해서 눈을 감고 걸어봤다. 과연 얼마나 잘 걸을 수 있을 지 해서.
세 발자국 걸을 때마다 블럭에서 좌우로 반칸씩 멀어지는 것 같았다.
지그재그로 걷게 되고 딱 맞춰서 블럭을 놓치지 않고 걷기는 상당히 힘들었다.
그리고 블럭이 30미터마다 90도로 꺾여 있어서 놓치기 더 쉬웠다.

90도로 꺽이는 곳을 따라가려면 로보캅처럼 걷다가 멈춰서 허리를 90도로 틀고 두 발자국 걸은 다음 다시 반대 방향으로 90도 꺽어서 걸어야 했다.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그런 시설에 의지해서 지하철을 타는 장애인들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달 전에 지하철에서 시각 장애인이 지하철 타고 내리는 것도 봤는 데. 난간도 없고 잘못하면 떨어지고 사람들에 치일 수도 있는 그런 상황에서도 용케 잘 다니고 있었다.

아, 그리고 지하철 출입구를 자세히 보면 계단 손잡이 구석에 점자도 찍혀있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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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담에 신기하게 본건 프로젝터.
2호선도 그렇고 요즘은 지하철마다 플랫폼 반대쪽 벽면에 벽걸이 TV나 프로젝터용 스크린이 많이 걸려 있다. 재미있는 광고 1개 + 지하철 공익 광고 1개 + 따분한 광고 1개. 뭐 이런 식으로 3~4개 광고가 돌아가면서 나오는 데. 그냥 지하철 소음만 들리는 것보다는 낫고 덜 지루하다.
그리고 프로젝터 영사기는 내 머리 위에 있었는 데. 지하철이 들어오면 몇 초전에 센서가 인식을 하고 자동으로 프로젝터를 끈다. 그리고 지하철이 떠나면 다시 켜진다.
왜냐면 지하철이 들어왔는 데 프로젝터가 켜져 있으면 차량의 창을 통해 내부로 빛이 들어와서 승객의 눈에 비쳐서 눈이 부시게 된다.
(프로젝터 빛 앞에 서보면 알겠지만 눈 부셔서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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