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2월 7일 토요일

  당연히 집을 구했으니

  다음 할 일은 옷 사기.

  동대문으로 갔다.

  23살의 마마 보이 현성이와 동생은 엄마가 안 골라주면 못 산다.

  그래서 맨날 촌스러운 것만 입는 지도 모르겠다.

  세상 사람들 보면 집은 다들 구리구리하게 작은 곳 살아도 옷은 잘 입고 다닌다는 생각 들었다.
  (큰 집에 사는 사람 수보다는 좋은 옷 입고 다니는 사람 수가 더 많이니까 말이다.)  

  같은 공돌이라도 우리 사촌형은 키도 크고 옷도 잘 입는 데 말이지..

  아무튼 내가 보기에는 다 비슷한 옷인데.

  뭐가 마음에 드는 지 고르라면 잘 모르겠다.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제일 살기 싫을 때 중에 하나는 옷집에 갔는 데, 뭘 골라야 될지 모를 때다.

  엄마가 가죽 점퍼를 사라고 그래서 하나 사기로 했다.

  요즘 시즌이 거의 지나서 싼 편이란다. 좀 더 지나면 물건이 아예 없고..

  카라가 없는 중국풍(chinese)이 유행이라고 형이 그랬다.

  음.. 겨우 겨우 땀흘리다가 몇 벌 입어 봤는 데.

  가격이 한 20만원 정도..

  소가죽은 좀 싸고 양가죽은 약간 더 비싼데.

  동대문에는 다 양가죽만 팔았다.

  엄마랑 이모는 11~12만원 정도 생각하고 있어서 절대 못 사겠단다.

  맘에 드는 건 가게 마다 3~4벌 입어보고 골랐는 데.

  가격 흥정이 안되서 대부분의 가게마다 점원과 약간 다투다가 나왔다.

  그런 식으로 4 가게 쯤 돌아보고..

  결국 가격이 안되니까.

  지하 상가에 있는 도매점으로 갔다.

  도매점이라 물건도 훨씬 많고 저렴했다.

  점원이 소매점에서는 19만원인데 13만원에 주겠다고 했다.

  엄마들이 박박 우겨서 12만원에 샀다. (엄마 win!)

  사실 엄마들이 안 사주고 자꾸 깍다가 그냥 나오는 게 너무 괴로웠는 데

  세상 돈 버는 건 참 힘드니까.. 어쩔 수 없다. 많이 벌든지.

  나는 키가 작으니까 윗도리를 고를 때 긴걸 고르면 안된단다.

  난 롱코트도 좋아하는 데. 그렇게 입으면 안된다는 건 오늘 알았다;;
  (은하철도 999의 키작은 아저씨가 긴 코드 입은 게 바로 그 예)

  가죽 점퍼 고를 때도 가장 짧은 걸로 골랐다.

  내가 보기에는 다 비슷한 데. 아무튼 엄마들이 보기에는 맘에 드는 게 있단다.

  자세히 보니 좀 다르기도 하고...

  아.. 그리고 세상 사람들은 다들 1년에 4번 (계절 바뀔 때마다) 옷 사면 많이 사는 거라고 생각했는 데.

  점원 말로는 우리 같이 게으르고 옷 고를 줄 모르는 사람들이 1년에 4번 산단다;;
  (공돌이의 인생이란..)

  세상 사람들은 주말에 친구도 만나고 옷도 고르고 구경도 하는 데 쓰나보다.

  어쩐지 아무 것도 안해서 주말이 한가했나보다.

  바지랑 면티도 샀는 데. 함해서 5만원.

  입어보고 사기 어려운 게 좀 그랬는 데. 아무튼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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