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심심하면 집에 들어오는 길에 잠깐씩 서점에 들리곤 한다.
매우 소심한 소비자라서 절대 책을 사지는 않고 단지 휙~하니 둘러보기만 할 뿐이다.
처음에는 책도 안 사면서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어색했는 데.
요즘은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나보다 더 철면피들은 바닥에 앉아서 책 한권 다 보는 데.
그깟 책 제목 몇 개 구경하는 게 뭐 대수겠나
모든 코너를 휘젓고 다니면서 산책을 한다.
주마간산식이라서 책 제목도 별로 들어오지도 않는 다.
그래도 가장 오래 머무르는 곳은 역시 영어 원서 코너.
내 영어가 얼마나 되는 지 보려고 가기도 하는 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 제목들이 한글 제목만큼 쉽게 눈에 들어올 때 쯤이면 많이 실력이 늘었다고 할 수 있겠군."
지금은 아주 자세히 보기 전에는 한글자도 안들어 온다.
가끔 가서 책장 왼쪽 위에 있는 책부터 오른쪽 아래에 있는 책까지 제목을 읽어주면서 training해야겠다.
음악/예술 부문 책장 앞에서는 이런 생각을 했다.
서양음악사에 관한 곳이 눈에 들어왔는 데
역시 작곡가의 위대함은 그 사람의 제목이 붙은 책의 두께가 말해주는 것 같았다.
한 질의 서양음악사 set에서 모차르트는 무려 3권을 차지했고 그 다음은 Bach
그리고 나머지들..
약간 덜 위대한(?) 러시아 음악가들은 모두 뭉쳐서 "러시아 음악가들"로 그냥 한 권.
물론 러시아 음악가들 중에서도 유명한 사람들은 한 권씩..
E-book이라면 쉽게 느낄 수 없는 것들을 많이 느낄 수 있다.
e-book은 책의 두께가 visual하고 volume감 있게 느껴지지 않으니까 말이다.
다시 영어 원서 코너로 돌아가서
책 제목들을 유심히 바라보던 중 정말 웃기는 속편들을 발견했다.
"내(My)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의 속편들인데.
"어머니의(Mother's)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
"10대의(Teen's)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
"꼬마들의(Preteen's)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
역시 잘 판린 책이라 속편들이 참 많이도 나왔다.
출판업계의 상술을 그대로 엿볼 수 있다.
약간 세분화하고 전문화해서 또 팔아먹겠다는 생각이다.
Writing의 재활용은 프로그래머만의 몫은 아닌가보다.
(최근 프로그래밍의 중요한 이슈 중 하나는 Source Code recycling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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