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거실이나 방이 부족하다고 베란다도 뜯어서 넓혀 사는 집들이 많다.
베란다는 주로 그냥 창고로 쓰거나 구석에 세탁기를 놓거나 (다용도실이 없다면)
빨래를 널때 쓰이기도 한다.
담배를 피는 사람이라면 가족들의 눈총을 피해 나가서 피기도 하고
자전거를 두거나 김장독을 두기도 한다.
베란다의 이미지는 항상 썰렁함이다. 슬리퍼를 신지 않으면 발바닥이 시리다.
KAIST 기숙사는 그런게 없었지만 요즘 사는 집은 베란다가 있다.
베란다가 또 어떤 기능을 하는 지 생각해 봤는 데.
나도 모르게 유용하게 쓰고 있었다.
요즘은 빨래를 빨리 말리려고 방안에 거치대를 세우고 빨래를 넌다.
아무래도 베란다보다 따뜻하니까 빨리 마르긴 하는 데.
회사에 다녀오고 저녁에 들어오면 너무 습하다.
그렇다고 바깥 창문까지 열어버리면 습도는 빨리 떨어지지만 너무 추운데.
베란다 문만 열면 온도도 약간 떨어지고 습도도 약간 떨어진 후에 평형이 된다.
실수로 보일러를 끄지 않고 출근한 날도 집에 돌아오면 너무 더운데
더운 공기를 그냥 버리기는 아까우니까. 보일러는 최소로 줄인 다음에
베란다를 열면 어느 정도 타협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약간 온도를 떨어뜨리고 베란다에 열 에너지가 남아있게 하는..)
이런 섬세하고 미세 조정이 가능한 용도가 있는 베란다를 뜯어서 방으로 만드는 건 세심하지 못하고
(Micro control)
극단적인 주거 환경을 만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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