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6월 6일 화요일

친구

내가 친구라는 존재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은 고등학교 때가 아닌가 싶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도 친하게 지낸 친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때는 친구를 선택하거나 누구에게 찾아가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그냥 내가 앉은 자리 근처에 같이 앉는 아이와 쉬는 시간에 잡담을 하는 것이 친구였다.
특별히 누구와 친하게 지내거나 하는 일은 별로 없었다.
사실 여가 시간이라는 것도 없었고 누구와 같이 놀러다녀본 기억도 없다.
(참 우울한 초,중학교 시절이었군. 한 번도 친구와 개인적으로 어디 놀러가본 적이 없다니.)
반장 같은 임원은 몇 번 했는 데, 그 때는 친구들이라기 보다는 내가 관리해야할 아이들(매우 관료적이네.)라고 생각했다.
선생님이 주시는 임무는 반장으로써 친구들을 조용히 시키고 공부시키기 였으니까.
사실 그 당시 선거로 반장을 뽑기는 하지만 그리 민주적이지도 않았다.
일단 후보가 반에서 10등 이내로 제한되고 특별히 선거운동도 할 수 없고
인지도라는 것도 거기서 거기 아니던가.

아무튼 고등학교 때부터는 약간의 선택이 있게 됐다.
기숙사에서 사니까 자습 후 남는 30분의 시간 동안 이 친구, 저 친구 방을 찾아가서 누구랑 수다를 떨고 놀지 결정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나와 실력도 비슷하고 비슷한 길을 가게 될꺼라고 생각하니 말이 통하는 친구들도 많았다.
처음으로 친구들 생일에 편지도 써보고 선물도 주고
친구들 방에 놀러가서 잠도 자고 밤새 수다도 떨고 하면서
친구들을 개별적인 인격체로 대할 수 있게 되었다.
(경쟁의 상대가 아닌 하나의 인간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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