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6월 22일 목요일

변시/치대

이번달에는 변리사 시험이나 치대를 가면 어떨까 생각해봤다.
수다쟁이라서 말 안하고 있자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말 안하고 혼자 생각하면 병이 나버릴 것 같다.)

솔직히 치대를 가고 싶은 이유는 돈 많이 벌고 널널해 보여서다.
칼출근, 칼퇴근하고 월급도 많이 받고 의료분쟁도 의대보다 적으니까.
사람들을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면 그것도 기쁘겠지만
아무튼 그런 사명감에서 그런 길을 생각한 건 아니다.

일단 가는 게 걱정이지. 5년간 공부 안한 생물, 화학을 다시 하고
그 외 생물과, 화학과 2학년 과목들을 공부하는 게 어디 쉬우랴.
DEET도 과목들을 보니 거의 수능에서 언어탐구, 과학탐구를 추려서
대학생 수준으로 심화시킨 것 같다.

그리고 사실 가서 잘 해낼지도 모르겠다.
공대의 단점은 뭐든 제대로 안 가르쳐 준다는 것이지만
알아서 잘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 여유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적어도 공대의 학부는 자유방임이다. 놀든 말든 졸업도 시켜준다.
열심히 하기가 쉽지 않다. 내 주위 사람들은 다들 노는 것 같으니까.
반면에 의대, 치대는 놀 수가 없는 환경이다. 매주 시험보고
매일 서로 경쟁하듯 잠도 적게 자면서 공부하고, 유급도 시킨단다.
그런 pressure를 과연 견딜 수 있을 까?
아마 내가 과학고를 3년 다녔다면 어디 골병나서 병원에 입원했거나
미쳐버렸을 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대학에 오고 회사에 다니면서
육체와 정신의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고 보여지는 데 말이지.
암기도 싫고, 손재주 부리면서 사람 치료하는 것도 자신없고, 해부도 겁난다.

공부를 그만하자니 지금까지 한 공부가 학점도 아깝고
되고 싶은 것은 없지만 듣고 싶은 과목은 많다.

사람들이
"너 정도면 의대도 충분히 갔을 텐데."
"이공계 위기라는 데, 40대에 뭐할래?"
"공대 출신이 뭘 알아, 시키는 거나하지."

이런 이야기할 때 화나기도 하는 데,
그렇다고 사실 남들이 그러는 게, 나랑 뭔 상관인지도 모르겠다.

전공과목 절반은 너무나 즐겁게 듣는 데, 나머지 절반은 도저히 하기 싫어 죽겠다.

댓글 1개:

  1. 치대 생활이 생각보다 힘들진 않습니다. 다만 생각보다 미래도 밝지 않습니다. 전 영어과에 있다가 들어갔는데...DEET보는게 수능, 편입보다 100배 쉽게 들어올수 있는 길이라고 확신합니다. 어린 나이일수록 빨리 이쪽으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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