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6월 22일 목요일

수중 도시 or 수면 도시

비가 정말 많이 온 것 같다.
오늘 하루는 수중도시에서 잔 기분이 들었다.
아직도 솜 이불을 덥고 있는 데,
차버리면 춥고 덥고 있으면 더워서 이불을 펄럭거리면서 잤다.

공기 중의 수분인지, 내 땀인지 알 수 없는 것들이 온 몸을 감싸고
꿈인지 현실인지도 모르게 계속 잠을 잤다.
마치 수천밤을 잔 것 같다.

나는 원래 잠을 자다가 깨다가는 수없이 반복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24년 인생동안 수천밤을 잤다면 나는 수십만밤을 잔 것 같다.

이렇게 잠도 많이 자고 이런저런 수많은 가상의 인생들을 많이 생각해보면
내 인생을 수백번은 산 것 같다.

과학자, 여행가, 교수, 아버지, 여자, 의사, 변호사, 무술가 ...
한 번 어떤 것이 되면 어떨까 생각하면 끊임없이 그 실타래를 따라가곤 한다.
예를 들면
'결혼을 했다고 치자, 그럼 아이를 하나 낳고.. 그래 아이는 딸이 좋겠다.'
'아이가 태어나면 이러저런 것을 가르쳐야지. 음악도 이것저것 들려주고'
'홈 스쿨링을 할까? 하지만 친구들이 부족하면 어떻하지? 내가 못 가르치는 것도 많을 텐데.'
'하지만 딸은 역시나 엄마가 돌봐야겠군. 모든 문제를 다 상담할 순 없겠다.'
'그리고 그 딸이 크면 대학에 보내고, 대학이 갈때쯤이면 자립심이 있어야 겠지'
'시집가면 연락은 자주 할까? 손자, 손녀도 돌봐줘야겠지, 재미있는 할아버지가
되서 옛날 이야기 해줘야 겠다.'
...

어쩌면 내가 밤에 구체적이고 해상도 높은 꿈을 꾸지 못하는 이유는
깨어 있는 동안에 너무 몽상적이고 구체적인 상상을 하기 때문인 것 같다.
지나친 상상이 꿈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랬군, 나는 남들처럼 멋진 꿈을 꾸지는 못하지만 자지않고도 꿈을 꾸는 사람이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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