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6월 11일 일요일

장래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내 주변 친구들(선배, 후배들)은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다.
오히려 그런 것들을 물었을 때 질문을 회피하거나 그냥 모르겠다고 대답하는
사람들보다 '아, 정말 고민이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절대적 미래는 30년 전보다 밝다.
하지만 우리의 상대적 미래는 30년 전보다 어둡다.
미디어가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에는 비교 대상이 작았지만 이제는 global하게 비교하기 때문이다.
먹을 것도 남아돌아서 매일 버리고 대중교통도 거의 무료에 가깝게 이용하고 있고 외국여행도 맘대로 갈 수 있는 세상이다.
1박 3일 일본여행, 50만원 밖에 안한다. 아무리 빡센 직장도 1년에 3일 휴가는 한 번 준다.
세상에서 제일 돈을 적게주는 직업도 1시간 일하면 밥을 한 끼 먹을 수 있다.
정말 굶을 것 같다면 군대에 재입대하든지 말이다.

다만 계몽주의, 자본주의적 가치가 우리를 계속 채찍질할 뿐이다.
하루종일 일하고 주말에도 일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도태되서 죽을 것처럼 말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이 쉴 때는 또 쉬어야 한다.
내가 주당 100시간 일한다고 나의 사업이 더 번창하지는 않는 다.
단순노동이라면 모르겠지만 말이다.

밥 먹을 때 다 챙겨먹고, 잘 시간에 다 자고, 일요일에는 쉬어도
인생은 충분히 살 수 있다. 타락만 하지 않는 다면 말이다.

아무리 우리가 높은 지위와 부를 얻어도 타락하면 모두 망할 뿐이다.
부의 정도는 내가 평생 벌 돈을 평생 다 쓸 수 있는 수준이면 된다.
그보다 많이 남겨서 봤자 별 의미도 없다.
내가 죽으면 국가에 환수해버린다.
죽을 때 하늘나라 싸가지도 못할 돈 뭐 그리 많이 벌어야 할까?

자신의 건강과 몸과 정신을 지속 가능한 만큼 열심히 해서 벌고
수입에 맞춰서 소비 수준을 조절하면 된다.
사회가 갈수록 체면은 별로 중요하지 않는 개인주의 사회가 되고 있다.
내가 티셔츠를 입든, 알마니 양복을 입든 세상 사람들은 내게 관심이 없다.

돈만 많은 바보들의 300만원짜리 해외여행은
내가 TV 해외토픽을 3,000원주고 본 것보다 못한 경험만을 가지고 돌아온다.

재산 수십조의 빌게이츠가 돈이 많다고
내 집 대문 앞에 와서 자랑하는 것도 아니고
그가 군대를 동원해서 나를 죽이려고 하지도 않는 다.

돈을 벌어서 자신을 지킬 생각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민주주의와 인권에도 신경을 쓰면 된다.
운동권이 될 필요는 없고 매번 투표 잘하면 그것으로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그리고 주로 돈이 어디서 많이 지출되는 지 생각해보면 집과 자녀인 것 같다.
조금 작은 집에서 살면 어떤가?

나는 3평짜리 KAIST 기숙사에 살고 있지만 죽을 것 같이 답답하지는 않다.
사실 처음에는 좀 그랬는 데, 살아보니 살만하다.;;
운동 열심히 해서 몸 건강하면 되지 작은 집에 산다고 몸이 약해지는 것은 아니다.

애도 안 낳으면 그만 아닐까? 지구상에 인간이 60억이다.
이미 자연의 한계치를 넘었다고들 주장하는 데, 뭐하러 더 낳는 걸까?
나중에 50살이 되서 애들이 보고 싶으면 조카들을 잘 대해주거나
주말에 고아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면 되지 않을 까?
제일 귀여운 꼬마를 하나 입양하든지 말이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나는 35살 이전에는 결혼하거나 애를 낳지 않을 생각이다.
35살 쯤에 먹고 살만하다고 싶으면 결혼을 하고
40살에 집 한 채와 자식을 대학에 보낼때까지의 자금이 있으면 애를 낳을 생각이다.

어떤 남자들(내가 아는 대부분의 남자들)은 예쁜 여자와 결혼하고 싶어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외모는 평범해도 차라리 가치관이 비슷했으면 좋겠다.
아무리 예쁘다고 해도 TV에 나오는 연예인보다 예쁜 여자가 나랑 결혼할 리가 없다.
환상은 하루 1시간 TV 속에서 드라마로 꿈꾸고 현실을 살아가겠다.
대신 원빈을 보고 침흘리는 내 마누라에게도 뭐라고 하지 않아야 겠지.;

내 주변 사람들은 아무튼 생계에 대한 걱정은 없다.
45살에 직업도 없어지고 정말 할 일이 없으면 지방 도시 내려가서 살면 된다.
서울에서 그 때까지 벌면 광주에서는 충분히 살 수 있다.

천수를 다 누렸다고 생각하면 70살 쯤에는 강물에 뛰어들든지 알아서 하자.
몸이 건강하면 더 살아보고 몸이 아프면 뭐 죽든지 해야지.
젊어서 행복하게 살지 못한게 더 아쉽겠지, 설마 아픈 몸으로 더 살지 못한 게 아쉬울까?

최악의 시나리오는 지구 멸망인데, 그건 뭐 다 죽을 꺼니까 피할 수 없다.
사실 지구 멸망보다 나의 죽음이 먼저일 확률이 10억배는 높다.

다음 시나리오는 한국경제 or 세계경제의 붕괴인데, 역시나 뭘 해도 피할 수 없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더 행복한 것만은 아니다.
물론 10~100억 사이의 부자가 가장 행복하다는 통계가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남과 다른 가치관으로 살면 된다.
(내 생각에 나는 다른 사람과 가치관이 좀 다르다.)

나 같은 경우는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할 때, 놀이공원에서 노는 것만큼 행복하다.
그리고 세상에서 공부하는 것만큼 돈이 싸게 드는 것도 없다.
나이 들어서 은퇴하면 대학을 찾아가서 듣고 싶은 과목을 청강할 생각이다.
이미 유럽(독일, 프랑스 등..)에서는 그런 노인들이 많다고 한다.
도서관에 도시락 싸들고 가서 책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그리고 야학에서 애들도 가르치고 말이다.
뭐 지금은 그럴 생각이 없지만 늙으면 그런 생각이 들 것 같다.
복지사회가 되었다면 나도 인생을 즐기면 되고
그런 사회가 아니라면 내가 가르쳐야할 아이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이 불쌍하거나 내가 천사라서 그들을 공짜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이 재미있다는 이기적인 이유 때문이다.

세상에는 돈이 별로 안 드는 취미도 참 많다.
별보기 - 나는 대학동아리로 별보는 동아리에 있었다.
운동 - 아직 살아있기만 하다면 할 수 있다.
생각하기 - 뇌사 전까지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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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위의 생각들은 모두 극단적인 것들이고
현실적으로 나의 능력과 위치는 그것보다는 낫기 때문에
열심히 살기만 하면 된다. 증명.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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