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6월 19일 월요일

외출

나는 좀처럼 외출을 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바깥 세상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아니다.

외출을 적게 하는 것치고는 신문, 뉴스 등을 통한 시사에는 밝은 편이다.
단지 behavioral하게 어딘가 갈 곳이 없을 뿐인 듯 하다.

6살 때부터 그랬던 것 같다.
동네 친구들과 놀려면 놀이터에 가야했는 데,
놀이터에 거의 못 간 것 같다.
놀이터에서 놀고오면 항상 감기에 걸리거나 배가 아파서 고생하기도 했고
잘 넘어져서 팔굼치, 무릎 등이 까지곤 했다.
그래서 집에서 TV를 보는 걸 더 좋아했다.
때문에 내게는 다른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구슬치기를 해본 기억이 없다.
(집에 구슬도 하나도 없었고, 놀이터에서 매일 놀 친구도 없었군.)

동네 친구가 몇 있기는 했는 데, 나가서 놀지는 않고 친구와 함께 집안에서 놀았던 것 같다.
한 친구는 집에 케이블 TV가 있어서 (동네에 공중파가 아닌 케이블을 보는 친구는 하나 뿐이었던 것 같다.) 매일 놀러가서 신기한 만화를 봤다.
하루종일 만화만 나오는 채널이 있다는 게 좋았다.
다른 친구는 집에서 특이한 애완동물(?)을 키우고 있었다. 레고 장난감도 많아서 자주 놀러갔다. 애완동물은 게 였는 데. 원래 게장용으로 샀다가 한 마리를 살려둬서 계속 키운 것이었다. 크기는 500원짜리 동전만 했다.
그런 식으로 2학년 때까지는 집, 학교, 학원만 오가면서 살았다.

3학년 때 친구들과는 좀 친해져서 같이 도서관을 다녔다.
뭐 공부하려는 건 아니고.. 놀러갈 곳이 정말 없더군.;
같이 가서 과자도 사먹고 휴게실에서 수다도 떨면서 놀았다.
에어콘이 있어서 자주 갔었겠지.

고학년 때는 컴퓨터 학원과 경시대회 준비로 계속 바빴다.
중학교 때부터는 입시 광풍이라 학원에 하루종일 박혀있었다.
매일 학원 선생님들이 '과학자 따위 하지말고 의사가 되렴'이라고 말씀하셨다.
아무튼 시내에 있는 학원을 다녔지만 시내를 구경해 보지는 못했다.

고등학교는 기숙사였으니 더 말할 것도 없고,
주말에는 낮잠자고 1주일간 못본 TV를 보느라 바빴다.

대학에 합격한 후 6개월을 제외하고는 광주 시내를 돌아다녀 본 적이 없다.
생각해보니 혼자가 뭔가 물건을 산 적이 거의 없는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대학 3년을 마치고 회사에 들어갔다.
서울에 와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외출'을 배웠다.
집과 회사가 모두 코엑스에 있으니, 매일 시내를 구경할 수 있었다.
3년간 매일 돌아다니면서 이것저것보면서 지냈다.

커피점에서 커피도 마시고, 음반가게에서 음악도 듣고,
사지 않을 물건이지만 신기하니까 두리번 거리면서 구경도 다녔다.
백화점에서 친구들과 함께 쇼핑도 많이 했다.
주말마다 룸메들과 장도 보러 다녔다.
18살에 시내에서는 볼펜도 제대로 사지 못했던 것에 비하면 많이 발전한거다.

고등학교 2학년 어느날 시내에서 친구와 음식점에 들어갔는 데,
뭘 먹어야 할지 몰라서 당황스러웠던 적도 있다.
엄마가 해주는 음식이나 기숙사 식당에서 주는 것만 먹다보니 그런 것 같다.
가장 싼 음식을 시켰다. (당연히 라면.)
내 나이 또래의 친구들은 약속장소로 서점이나 패스트푸드점 앞을 정한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98년 이후로 남자들의 약속 장소는 PC방으로 바뀌었다.)

지금은 뭐 모든 끼니가 외식이니까 잘 고른다.
회사 다닐 때는 맛있는 곳도 찾아다니곤 했다.
가을이면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에 가서 회도 떠먹고
새우도 쪄먹고 매운탕도 끓어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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