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6월 14일 수요일

눈금종이(모눈종이)

나는 모눈종이가 싫다.
어려서부터 내 글씨는 삐툴삐툴거리고 크기도 재멋대로라서
줄이 그어지지 않은 공책에 쓰면 정말 엉망이었다.

최근 2년간 A4를 많이 쓴 덕택에 줄이 없는 종이에서도 글을 쓰게 되었지만
아무튼 그 전까지는 줄이 그어진 공책이 필요했다.

하지만 모눈종이나 6mm 단위로 그어진 눈금종이는 참 싫었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정확히 5mm가 아니다.
자를 대고 긋다보면 5.5mm~6.0mm 쯤 되다보니, 1Cm짜리를 그리면 조금씩 차이가 난다.
그럴바에야 보조선이 없는 편이 낫지 이거.

2. 완벽주의를 부추긴다.
마치 1칸 혹은 4칸에 한 글자씩 글자를 써야만 할 것 같은 강박관념을 준다.
그런데 크기가 어정쩡해서 내 글씨보다 너무 작거나 커서 싫다.

3. Grid가 글자의 readibility를 떨어뜨린다.
줄이 너무 많이 그어져 있어서 철조망 밖의 뭔가를 보는 것처럼 거추장스럽고 답답하다.
거미줄이 내 눈을 감싸고 철장 속에 내 몸이 들어간 느낌이다.

4. 권위주의의 상징이다.
4~6학년 때 선생님이 모눈종이를 강요하셔서 쓰기 싫었는 데, 강제로 써야만 했다.
공부 잘하고 필기 잘하면 되지, 그렇게 강력하게 도구를 제한할 필요는 없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교육은 너무 획일적이다.
완전한 자유는 교육의 효율을 떨어뜨릴 수도 있겠지만 2~3가지 정도 선택지를 줘도 좋지 않았을 까?
음, 아무튼 그래서 나는 눈금 종이를 보면 그 때의 트라우마가 있다.
(한창 시험봐서 틀릴때마다 매맞던 시절이었기도 하다.)


아무튼 이제는 그런 grid들 따위는 쓰지 않는 다.
내 맘대로 흰종이에 써도 꽤 괜찮게 써지니까.
그리고 줄이 없어서 좋은 점도 있다.
내가 스스로 여백을 technical하게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칠판에 교수님이 내용을 살짝 끼워넣어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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