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6월 22일 목요일

재미

과연 '재미'는 뭘까? 상당히 심리학적이다.
자기최면적(자기예언적)이라고 해야 할까?

나는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내가 좋아하는 건 수학 밖에 없는 줄 알았다.
그런데 해보니까 화학도 재미있고, 물리도 재미있고, 생물도 재미있었다.
대학에 오니 수학(미적분)은 재미없어지고 물리가 제일 낫더군.
그 담에는 DS, 알고리즘, 프로그래밍, 정보보안 등..
회사 다니면서는 사회학, 마케팅, 경영 등..
심지어 헬스, 수영, 여행, 작문까지도.
복학해서는 경제학, 심리학, 언어학, 미학 등.
세상에 제일 하기 싫던 것들이 재미있어 지기 시작해 버렸다.

그런 면에서는 맘만 먹으면 뭐든 재미있게 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
바꾸어 말하면 어제까지 재미있던 게 흠미와 자신감을 잃으면
아무것도 못하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내게는 그런 경험이 너무나도 많다.
나는 평생 사람 만나는 게 싫었는 데, 요즘은 사람들보는 게 너무 즐겁다.
계속 사람들이랑 있고 싶은 데, 사람들이 다들 바쁘고 나도 무작정 놀기는 그래서 돌아온다.

초등학교 때 정말로 태권도가 좋아서 1년간은 하루도 안 빼먹고 다녔었다.
그러다가 어느날 싫어지니 그 후로 10년간은 운동은 거의 안했다.

유치원 어느날 '아, 나는 고기가 싫어.'라고 정해버린 뒤로
고등학교 1학년까지 나는 고기를 먹지 못했다.
요즘은 그 주문은 거의 풀었는 데. 아직도 '닭고기는 안 먹어'라는 생각이
남아있다. 솔직히 다른 고기 다 먹는 데, 닭고기는 안 먹을게 뭐지?
가끔 집어먹는 데, 그냥 맛이 없고, 맛이 없어야 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때로는 수업을 하는 선생님이나 친구들을 괴롭히기 위해 질문이 재미있어 지기도 했었다.
논리적 모순이나 정말로 신기한 질문들을 계속하는 것 말이다.
요즘은 남들 괴롭히는 건 재미 없어졌고 안하기로 했다.

어떻게 하면 내 인생의 재미와 내가 해야할 일들을 일치 시킬 수 있을 까?
무엇이 재미있는 지, 무엇은 재미없는 지는 어떻게 조절하는 거지?
그것만 잘 조절할 수 있다면 참 행복하고 성공적인 인생이 될텐데.

"돈 버는 게 젤 좋아."라고 10년만 생각할 수 있다면 부자가 될 것만 같고
"물리학이 제일 좋아."라고 15~25살 때까지 생각할 수 있었다면 물리학으로 유학가서 박사학위까지는 받지 않았을 까?
도대체 나란 사람 어떻게 하면 좋을 까?

사실 너무 뭔가를 좋아해도 문제가 있기도 하다.
편집증적인 면을 보여서 말이지.
좋아하면 밥도 안 먹고 잠도 안자고 계속 한다.
여행 다닐 때도 여행이 너무 좋아서 계속 돌아 다녔더니
나중에 팔다리가 쑤시고 힘이 빠져서 벤치위에 널부러져 버렸다.
방에 돌아오면 코를 박고 잤다.
숙소에서 제일 일찍 나가서 제일 늦게 돌아오는 사람이 됐다.
몸에 무리가 오고 다른 일들을 다 잊어버린다.
심장이 빨리 뛰고 계속 긴장되고 집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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