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6월 19일 월요일

유기농

진정한 유기농이 가능할까?
결론부터 적으면 매우 회의적이라고 본다.

적당히 아무 종자나 가져와서 집 앞 마당에 심으면 저절로 멋진 열매가 피지 않는 다.
일단 잡초도 뽑고 거름도 잘 주는 엄청난 노동이 필요하다.
그런 식으로는 일단 거시적으로 지구가 60억 인간을 감당할 수가 없다.
대략 1억이 마지노선이다.
수확량이 너무나 부족하고 노동시간이 너무 많이 든다.

우리 어머니께서도 유기농을 참 좋아하시는 분인데,
직접 채소를 길러보니 도무지 농약을 뿌리지 않고는 벌레가 너무도 많아서
채소가 자라기 전에 벌레에게 다 먹혀서 벌집이 되버린다고 하셨다.
사람이 아무리 지키고 서있다고 해도 좁쌀만한 벌레 수천마리를
풀 한포기 단위로 검사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SF처럼 로봇으로 감시하고 레이저총으로 쏠 수도 없고
그보다 농약이 싸게 먹히지 않는 가. 농약도 미시적 레벨에서 같은 역할을 한다.

그리고 모든 병충해를 물리쳐도 자연적으로는 우리 식탁에 오르는 것만큼 큰 열매를 주지 않는 다.
생물학적으로 원래 그렇게 큰 열매가 필요없기 때문에 식물들은 열매를 적절한 크기로 만든다.
우리는 거기에 성장촉진제를 뿌려서 식물에서 필요없을 만큼 크게 열매를 만들고 그것을 먹는 것이다.
생물들은 우리를 먹이기 위해 열매를 진화시킨 것은 아니다.
자신들의 생존에 도움이 되고 씨를 좀 더 퍼뜨리기 위함이긴 하지만
씨도 퍼뜨려 주지 않을 만큼 그렇게 크게 만들 의도는 진화적으로 없다.

조선시대처럼 수명을 다시 40세로 돌리고
매일 허리 한 번 펴지 않고 농사만 지을 각오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완전한 유기농은 포기하는 편이 좋다.
(그리고 59억의 인류는 굶주림으로 죽어가야 한다.)

뭐 그렇다고해서 인체에 유해한 포르말린이나 말라카이트 그린을 쓰는
업자들을 옹호하는 것은 아닌데, 그건 유기농을 선택할 수 없는 우리 인류의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마트에 붙은 '유기농 농산물'표시는 마케팅 용어지 진실은 아닌 것 같다. (모양이 유기농 아닌것과 너무 똑같다.)
차라리 엄청나게 못 생긴 과일을 팔면서 '저농약 농산물', '저촉진제 농산물', '노동집약 농산물'이라고 붙여 놓으면 그게 더 믿을만 할텐데.

그래서 인류는 농약을 전혀먹지 않고 1억명이 사는 대신,
죽지 않을 만큼 농약을 섭취하면서 60억이 함께 살아가기를 택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