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6월 22일 목요일

공부

나는 공부는 정말 안하는 데, 공부 이야기는 죽도록 많이 한다.
어쩌면 학자체질이 아니라 학원선생 체질인지도 모르겠다.

세상에서 말하는 모범생의 조건 중에 반은 맞고 반은 아닌 것 같다.

. '하루 종일 공부생각만 한다.'
어디까지 공부이고 어디까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일단 배우면 밤낮으로 그걸 가지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 학기에 무슨 과목을 배우는 지가 그 학기의 나의 사고관을 결정한다.

. '잠을 적게 잔다.'
글쎄 나는 고등학교 때 기숙사에서 강제로 깨울 때를 제외하고는
평생 내가 자고 싶은 만큼 거의 잔 것 같다.
대학 1~2학년 때는 학점에 대한 부담 때문에 항상 7시반에 깨기는 했지만 말이다.
요즘은 정말 허리 아플 때 or 화장실 가고 싶을 때까지 잔다.
(대략 6시간 이상 자면 그렇다.)
하루 6~7시간을 잘 수 없는 삶은 절대 살 수가 없는 것 같다.

. '끈기가 있다.'
사실 나는 끈기가 없다. 내가 재미있다고 생각하면 다른 거 아무것도 안하고
그것만 하기는 하는 데, 흥미를 잃으면 절대 못 한다.

. '계획적이다.'
나는 치밀한 사람이지만 계획대로 실천은 잘 못하는 사람인 것 같다.
계획은 자주 세우는 데, 항상 바뀐다. 세워놓은 계획을 다시 보지도 않는 다.

. '자신감이 있다.'
나는 정말 자신감이 없다. 신기한 점은 남과 이야기를 할 때는 자신감이
넘친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면에서는 너무나 어깨가 축 쳐져있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면 그냥 자신감이 솟는 다.
남들에게는 뭐든 다 해낼 수 있을 것 같이 말하는 데, 막상 뭔가 하려면 괜히 불안하다.

. '시험기간에 더 열심히 한다.'
나는 평생가도 시험기간에는 공부 안하는 사람인 것 같다.
이번 시험기간에도 평소 수업시간보다 더 놀았다.
나 같은 사람에게는 상대평가라면 시험기간이 없는 편이 나을 지도 모르겠다.

특히 시험 당일날에는 마음이 혼란해서 시험공부를 전혀하지 못한다.
강의노트를 계속 넘기기는 하는 데, 한 글자도 들어오지 않는 다.
그냥 앉아있기 불안하니 계속 넘긴다.

. '공부를 재미있어 한다.'
나는 정말 이상하게도 공부가 재미있다.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부를 다른 목적을 위해서 하지,
이게 재미있어서 하는 사람은 얼마 없다.

이번학기 CG를 듣는 데도 정말 지루한 부분이라는 데, 왜 나만 재미있게 들을 까?
심지어 교수님도 그 부분을 수업하실때는
"이 부분은 지루하고 dry하지만 필요하기 때문에 하는 거예요."라고 말하고
같이 수업듣는 사람들 모두가 졸고 있는 데 말이다.

물론 나도 내가 싫어하는 과목은 졸면서 듣는 다.

. '시험 후에 반성한다.'
나는 시험지를 내는 순간 모든 문제를 다 까먹는 다.
시험 결과에는 꽤 잘 승복하는 편이다.
채점 결과가 맘에 안든다고 따지지도 않고
시험을 잘 봤거나 못 봤다고 생각해서 울거나 웃지도 않는 다.
그냥 이제 좀 쉬겠거니 해서 방에와서 그냥 빈둥댈 뿐.
주변 사람이 시험에 대해 물어도 아무 코멘트를 할 수가 없다.
마치 메멘토처럼 다 까먹고 전혀 기억이 없다.

. '수업 시간에 집중한다.'
내 생각에 나는 수업시간 집중력에서는 과학고나 KAIST에서 상위 10%라고 생각한다. (내 평점이 상위 10%는 아니지만.)
수업시간에 옆에서 뭐라고 해도 절대 대꾸를 하지 않는 다.
내게는 수업시간이 제일 중요하다.
수업시간에 못 알아들으면 혼자 공부해도 잘 모르겠다.
(자습형이 아니다.)

남들보다 강의내용의 이해도가 높은 것 같다. (상위 25% 쯤)

. '예습, 복습을 잘 한다.'
지난 학기에는 인생 처음으로 예습, 복습을 했다. 확실이 도움이 됐다.
그런데 이번학기도 그렇고 나는 게을러서 그런거 못한다.

. '꼼꼼하게 공부한다.'
나는 정말 큰 그림만 보고 개념만 잡지, 절대 세부내용은 공부 안하는 것 같다.
개념을 묻는 문제는 남들보다 잘 맞추지만, 세부 내용을 물어보면 거의 바닥수준이다. 뭘 읽어도 대충 쓱쓱 넘기고 만다.

. '놀때는 잘 논다.'
나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공부를 할 때가 내가 노는 때다.
내가 노는 때, 나는 오락을 하지 않는 다.
어쩌면 나는 하루 종일 노는 것 같다.
인터넷에서 이것저것 찾아보고, 말도 안되는 어려운 교양책을 볼때도
그게 재미있다고 생각하면 그 때는 놀고 있는 때라고 할 수 있다.
가끔은 chapter 1~5가 시험 범위인데, 시험 범위도 아닌 chapter 7을 보기도 한다.
거기가 더 재미있어 보이니까.

-------------
그러니까 나는 내가 재미있다고 생각하면 열심히 듣고, 재미없다고 생각하면
절대 못 듣는 다. 그냥 무의식에서 학습을 거부해 버린다.
이런 제멋대로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지?
벤쳐도 대기업도 유학도 KAIST 대학원도 치,의학대학원,
사시, 변리사시험, 공무원시험 모두 내 길이 아닌 것만 같다.

어떤 때는 세상 뭘 해도 다 할 것만 같고
어떤 때는 세상 어느 것도 하고 싶지 않다.

댓글 1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