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1월 27일 일요일

인생 별거 있나

회사 다니면서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나는 병특이었지만 아무튼 정규직이었고
내 연봉의 절반도 안되는 돈을 받는 비정규직 직원들이 있었다.
물론 하는 일이 다르기는 했지만 발언권도 적고 정보도 적은
비정규직 친구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같은 시간 사무실에 앉아있는 데, 무시당하고 돈도 적게 받으니까.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런 생각은 별로 의미없는 것 같다.
다시 학교 돌아와보니 내가 대학원 때 받을 조교 수당보다 그들은 두배를 더 번다.
대전에서 나만의 세계에 사는 동안, 그들은 서울의 화려한 세계에서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비정규직 친구들 중 몇몇을 보면 집안이 꽤 좋은 것 같았다.
부모가 물려준 집과 재산으로 나보다 훨씬 잘 살 수 있다.
나는 공돌이라서 옷도 잘 못 입는 데, 그 친구들은 옷도 잘 입고 다녔다.
스타일이 잘 나오는 녀석이라면 시집, 장가 좋은 데 가서 인생 역전할 기회도 많을 꺼다.


중학교 때 나보다 공부 못하는 친구들은 과연 뭐해먹고 살까 참 한심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부모님, 선생님도 그렇게 말씀하셨다.
"공부 잘해야 출세하고 돈벌지, 안 그러면 다 굶어죽는 다."
특히 x학년 때 내 짝궁은 정말 구제불능의 녀석이었는 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녀석 인생이 나보다 못할 것은 별로 없다.
집이 크니 들어오는 돈도 많고 그냥 놀고 먹고 살아도
미친 짓만 안하면 잘 살 것 같다.
반면에 나는 아둥바둥 대학원가고 논문쓰고 취직자리 잡고
주 6일 죽도록 일해야 먹고 살 수 있다.
(이공계는 주5일이라고 해놓고 대부분 6일이나 야근으로 부려먹는 다.)
인생이 성적순이 아닌 건 확실하다.
성적이 모든 것이라는 학창시절 선생님들의 말은 그들만의 세계에서나
통하는 통치의 도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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