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1월 27일 일요일

달리기

예전에는 기숙사에 박혀있으면 가슴이 답답했는 데
이제 그 경지를 넘어서 그냥 무념무상의 백치가 된다.
바깥 세상을 구경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서
미친듯 자전거를 몰고 나갔다.


인공위성 센터, 과학로를 지나 갑천을 건너
5년 전 처음 대전에 왔을 때 친구들과 함께 자전거로 가던길들과
아침마다 저녁마다 산책을 하던 길들을 다시 따라가 봤다.


가로수가 내 머리를 치고 내 얼굴을 치고 내 등을 때렸지만
심장이 다시 뛸 때까지 페달을 죽어라 밟았다.
요즘은 심장이 뛰는 소리도 들리지 않고
기쁘지도 않고 슬프지도 않다.
다시 울거나 웃을 때까지 매일 달릴 생각이다.


대학 1학년 때는 아침마다 달리곤 했다.
나는 얼음같은 새벽 공기를 깨고 새벽 공기는 내 살갗을 도려냈다.
둘 중에 하나가 닳아 없어질 때까지 달려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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