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가 혼란스런 격변기에 놓여 있다고 진단하는 우리 국민들은 그 대안으로 어떤 ‘정치체제’를 꿈꾸는가.
조사결과를 종합하면 국민의 다수는 ‘강력한 리더십이 이끄는 대통령제’를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바람직한 정부형태’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41.3%가 ‘4년 중임 대통령 중심제’를, 30.8%가 ‘5년 단임 대통령 중심제’를 꼽았다. ‘의원내각제’(10.4%)나 ‘이원집정제’(7.4%)는 일부에 그쳤다.
정치성향·지역·연령 따라 편차도
지도자의 리더십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도 궤를 같이 했다. ‘권위주의적이라도 강력한 지도력을 가진 사람’과 ‘민주적 의사결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을 선택항으로 삼아 ‘바람직한 국가지도자상’을 물었는데, 53.2%가 ‘강력한 지도력’을 선택했다.
결국 우리 국민들은 혼란의 격변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강력한 지도력이 필요하고, 여기에 가장 적합한 정부형태는 대통령제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현행 5년 단임제보다 4년 중임제를 선호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이런 흐름은 전체 응답자의 50.0%가 ‘가장 좋아하는 국가 지도자’로 박정희를 첫손에 꼽는 것으로 이어졌다. 김구(12.3%), 노무현(11.6%), 김대중(8.6%), 권영길(1.3%) 등을 훨씬 앞서는 선호도다. 오늘의 격변 속에서 과거의 박정희 시대를 ‘모범’으로 여기는 정서가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그러나 정치성향 또는 지역·연령별 분포를 보면 의미있는 ‘균열’이 발견된다. 지도자 리더십 유형에 대한 위의 응답에서 열린우리당(56.2%)과 민주노동당(53.9%) 지지자의 절반 이상이 ‘민주적 의사결정’을 선호한 반면, 한나라당(70.4%)·민주당(60.0%) 지지자의 다수는 ‘강력한 지도력’을 꼽았다.
20대의 62.2%가 ‘민주적 의사결정’을 선호했지만, 나이가 많을수록 그 반대의 경향이 높아져 50대의 경우 65.9%가 ‘강력한 지도력’에 대한 선호로 기울었다. 지역별로는 대구·경북 지역 응답자의 63.4%가 ‘강력한 지도력’을, 광주·전라 지역 응답자의 50.9%가 ‘민주적 의사결정’을 선호했다. 또 스스로를 보수적이라고 생각하는 응답자의 65.6%가 ‘강력한 지도력’을, 스스로를 진보적이라고 여기는 응답자의 54.6%가 ‘민주적 의사결정’을 우선 가치로 꼽았다.
우리 국민의 대다수가 대통령제를 선호하고 나아가 4년 중임제 개헌까지 바라고 있지만, 그 리더십의 본질에 대해서는 ‘진보’와 ‘보수’의 상당한 인식차가 존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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