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8월 4일 토요일

풍수지리

한마디로 그딴거 이제는 안 믿지만 그 경험적 명제들은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조상 묘를 잘못 쓴 죄다.' 같은 이야기보다는
'기력이 쇠했으니 수도를 옮겨야 한다.'는 훨씬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농업생산성의 측면에서도 그렇고, 도시공학적으로 봐도 옳은 이야기인 듯 하다.
윤작이라는 게 필요한 것처럼 어떤 작물을 수십년 이상 집중적으로 기르면
더 이상 필요한 영양분(광물이든 원소형태로)이 고갈되게 된다.
지리학적으로도 500년 쯤 되면 물길이 바뀌고 해수면도 달라지고, 기후도 조금씩 변한다. 더 이상 그 멋진 강변에 있던 도시가 아니게 될 수도 있다. 홍수 때 범람이 심해진다든지 하는 문제가 늘어난다. 최근 루이지애나 카트리나 피해도 그런 면이 있었단다.

도시공학적으로 봐도 도시가 오래되면 과거 그것을 설계했을 때는 예상하지 못했던 수많은 문제들과 시스템이 추가되고 한계 용량도 넘어서게 된다.
지금 서울이 가진 문제들도 대부분 그런 것 같다.
우리는 왜 뉴욕처럼 지하에 모든 전선을 묻지 못할까?
왜 상하수도, 가스공사 때 마다 땅을 파야할까?
길은 왜 이리 복잡하고, 도로를 새로 지을때마다 토지 보상금을 복잡하게 줘야하고, 주소도 엉망일까?
500년 전에 설계된 도시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25년 전에 구상했던 백지프로젝트에도 이미 그런 내용이 다 반영되어 있었다.
인도, 차도, 자전거 도로를 분리하고, 바둑판처럼 도시를 설계하고, 모든 파이프를 지하에서 관리할 수 있는 통합망을 구성하는 등..

산업혁명을 위해서는 임계밀도 이상의 인구 집중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지금처럼 밀도가 높으면 강제로 수도를 이전해서라도 사람들을 흩어 놓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모두가 살기 좋은 새로운 디자인으로 도시를 다시 만들 필요가 있다.
재개발이라는 방법은 도시 이전에 비하면 훨씬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
재개발동안 사람들이 살지 못하게 되고, 시간과 공간의 압박도 심해서 새로운 디자인들을 반영할 수가 없다.

땅을 순환시키면서 서울의 많은 인구를 세상 어디든 다른 도시로 이주시키고
도시를 비운 후에 서울을 전면적으로 다시 디자인하는 게 나을 것 같다.
그리고 200년 쯤 뒤에 다시 돌아와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역사가 짧은 미국의 도시들이 부러운 이유는 그들의 도시들은 다들 200년 이내의 시스템에 맡게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도 그런 삶의 질을 누리고 싶다면
옛도시들을 떠나서 새 도시를 디자인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문화재보존을 위해서도 새로운 도시를 개발하는 일은 항상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지나친 재개발정책 때문에 항상 이미 존재하는 건물을 부수고
그 위에 다시 짓다보니 역사적인 유적들이 하나도 남아나지 못하고 있다.
(사실 로마만큼 오래된 이 나라에 땅 파서 유물 안 나올 곳이 별로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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