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8월 19일 일요일

등수놀이와 위대한 인간

영웅(위대한 사람)은 누구일까?
평생 1등만 해서 전설이 된 사람?
땅따먹기 순위를 매겨봤더니 1등인 사람?
나폴레옹, 알렉산더, 징기스칸은 각각 그 시대에 영토를 최대로 가진 사람이었지만 그것만 가지고 우리는 그들을 위대한 사람이라고 부르지 않는 다.

나폴레옹이 사관학교에서 항상 1등만 했던 것도 아니고
(음.. 아마도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알렉산더는 사실 아버지가 왕이었으니 저절로 왕이 되서 1인자가 됐다.

이들이 위대한 이유는 1등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위대한 일들을 했기 때문이다.
(동어반복 같지만 아직 할 말이 더 있으니 들어보길.)

1등이라는 것은 상대평가이기 때문에 어떤 기준이 정해지면 저절로 생긴다.
아무리 찌질한 사람들을 모아놔도 뭔가 테스트만 하면 나오는 것일 뿐이다.
그가 정말로 위대하고 훌륭한지 여부와는 별 상관이 없다.

심지어 학문분야에서도 위대한 사람을 1등한 사람이라고 보기는 좀 어렵다.
포현은 학문에는 1등만 있을 뿐 2등은 없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결과과 분명한 일부 경우에서 두 명 이상의 경쟁자가 같은 결론을 노리고 누가 더 먼저 발표했냐는 것을 따지는 근대 이후의 과학에서 벌어지는 작은 레이스일 뿐이다.

소크라테스가 그리스에서 치루는 어떤 시험에서 1등을 한 적은 없다. 그는 생전에 어느정도 비주류였고 결국 독약을 마시고 죽는다. 공자도 그가 살던 시대에 과거시험 따위에서 장원급제한 적도 없다. (사실 과거시험이 생기기도 전이었겠지.) 또한 가장 제자를 많이 가지거나 가장 높은 관직에 오른 사람도 아니었다. 그는 후대 사람들에 의해 위대함을 인정받았다.

서울대에 들어가고, 의대에 합격하고, 법대에 들어갔다고 위대한 사람이라고 할 수는 없다. 어차피 그런 시험들은 다 상대평가다. 상위 몇 퍼센트는 항상 합격하게 되어있는 당연한 것일 뿐이다. 한국인 모두가 머저리가 되건, 모두 위대한 사람이 되건 매년 합격자는 수천명씩 나온다.
반드시 그 사람이라고 특별해야하고 위대한 사람일 필요가 없다. 당연히 발생하는 통계적 값일 뿐이다. 1등이 죽으면 2등이 1등되고 한 칸씩 올라가는 당연한 수학적 명제다.

그런 1등을 가지고 영웅 놀이를 하는 한국 사회와 언론은 참 어리석다.
그들은 1등이고 어떤 기준(수능이든 고시든)에서 뛰어난 사람이지만
뭔가 이루어내고 세상을 바꾼 위대한 사람이라고 볼 수는 없다.
단지 일정 점수 이상을 통과했을 뿐이고 통계상으로 잡혔을 뿐이다.
절대 그들을 우상시하고 영웅시하고 숭배하고 신비하고 본받을 존재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그들이 사회의 지도층이 될수는 있으나 정말로 본받을만한지는 그것과는 다른 그 후의 행적이 결정하는 것이다.
아마도 통계적으로 그들이 위대할 가능성이 좀 더 높을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그런 관문과 기준과 등수와는 전혀 상관없이 한 사람이 위대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잭웰치도 처음에는 1등 아니면 모두 접으라고 했지만 결국은 등수놀이의 허구성을 깨달았다. 등수는기준을 이리저리 잡으면 도출되는 값일 뿐이니까.
이런 등수놀이의 허구성이 학력사회의 문제점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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