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8월 19일 일요일

도구(tools)

서양의 학문의 하나인 인류학에서는 인류의 위대한 진화의 하나로 도구의 사용을 꼽고 있다.
서양인들은 이처럼 도구를 사용하는 것을 좋아하고 권장한다.
그들의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라는 것도 좀 더 나은 도구를 만드는 것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면에 동양인들은 도구를 싫어한다. 혹은 도구를 하나 가지더라도 그것을 언제든 쓰고 버릴 수 있는 것으로 보기보다는 계속 그것만 쓰려고 하고 마치 영혼이라도 있는 것처럼 아끼는 경우도 있다.
내 주변의 어른들(동양인들)을 생각해보면 그 누구도 새로운 도구가 삶을 편리하게 해준다고 말한 사람이 없다. 반면에 도구에 종속된 인간이 어떤 어려움을 겪게 될지에 대해서 강조한 사람은 수없이 많다. 도구는 사람을 게으르게 만들고 능력을 퇴화시킨다고 생각한다. 한 예로 머리를 써서 머릿속에 기억해놔야지, 메모지나 노트에 적어두어 외부기록장치의 도움을 받는 것을 싫어한다. 구구단도 직접 외우고 암산을 선호하지 수학시간에 계산기를 쓰는 것은 수치스럽다고 생각한다.

서양인들은 용도에 따라 다양한 포크를 만들었다. 반면에 동양인은 젓가락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하기로 했다. 서양인들은 각자의 세부적 용도에 따라 도구들을 매우 전문화 시켜나갔다. 동양인들은 간단한 만능도구 하나 혹은 자신의 몸을 수련시키려고 하지 그렇게 전문화된 도구들은 좋아하지 않는다.

심지어 공간의 배치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서양인들은 각각의 상황에 맞게 여러가지 방을 만들었다. 반면에 한국인은 좌식생활을 하며 하나의 방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했다.

우리 부모님(동양인)도 내가 다양한 도구를 사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셨다.
반대로 등산을 갔는 데, 젓가락이 없으면 도시락을 손으로 먹을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은 여러번 가르치셨다.
뭔가 내가 해내지 못하면 그것은 도구가 부족함이 아니라 능력이 부족한 것이라고 말하셨다.
"훌륭한 목수는 연장을 탓하지 않는다."

서양적인 인간이라면
"훌륭한 목수가 되려면 연장도 좋은 게 필요하다." 라고 말할 것이다.

아무튼 나는 서구적인 과학, 공학을 계속 배우고 있기 때문에 갈수록 도구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망치, 송곳, 펀치 하나가 내가 평생 노력해도 못해낼 일을 아주 쉽게 해주는 것을 보고 놀라고 있다. 평생 수련을 해도 망치만큼 손이 단단해지기는 어렵고, 아무리 칼로 정교하게 파내도 펀치만큼 종이를 작고 둥그렇게 구멍 뚫기 어렵다.
못 하나 박으려고 소림사 쇠주먹 수련을 10년간 해야 할까. 그냥 망치 하나 사서 한 방 때리면 되지.

도구를 많이 쓴다고 해서 인간이 게을러지고 퇴화되서 아메바처럼 물렁물렁해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도구들을 사용해서 한 단계 도약하면 그것을 바탕으로 더 고차원적인 것을 해내면 되는 것이다. 인간의 삶이 편리해져서 의식주를 해결하는 데 하루 종일을 투자하지 않아도 됐다고 해서 나머지 여유시간동안 타락하는 것은 아니다. 생존 때문에 시도하지 못했던 많은 대담한 일들을 우리는 시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음, 동양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도구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죄책감이나 수치심을 느끼지 말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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