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3월 17일 목요일

비(rain)

비는 자연의 커텐이다.


계절을 연극의 1막이라고 한다면
봄, 여름, 가을, 겨울.
이렇게 날씨 연극은 4막이 있는 건데.
비는 각각의 배경을 교체하는 intermission(막간) 같은 것 같다.


작은 비는 조명을 바꾸고,
큰 비는 배경을 바꾼다.


계절은 주로 기온, 습도, 배경 같은 걸로 느낄 수 있는 데,
연속적인 것 같으면서도 그렇지 않다.
비(rain)라는 커다란 단절과 함께 갑자기 찾아온다.


과학적으로 봤을 때도 기후는 기단의 영향을 받는 데,
과학책에 나오다시피, 4개의 기단이 영향을 준다.
그 기단이 바뀔 때마다 비가 온다.
찬 공기가 더운 공기로 바뀌는 것은 단지 온도만 올라가는 게 아니라
상대 습도도 같이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열역학적으로 온도와 습도는 연관성이 크다.
물리학의 만능도구인 에너지로 묶이니까.
아무튼 포화 상태에 가까워지면서 응결핵 같은 게 생기고
전선도 형성되서 비가 온다.


문학적으로든 과학적으로든 비는 계절을 바꾸는 강력한 암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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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어디까지 오나 기다렸더니, 봄은 처마 밑에 걸려있더라."
(수백년전 우리나라 어떤 선비가 읇은 시라는 데 누군지는 모르겠다.)


이제 처마 밑까지 온 몸을 확 댕겨 오려면
큰 봄비가 어서 와야 할 텐데.


@ 오늘의 신청곡 "It's raining"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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