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3월 13일 일요일

기획서

회사들어와서 가장 놀란 것 중 하나는 기획 문서들이었다.
'음. 시장의 상황을 자세히 분석했군.'
'어떻게 이런 멋진 표현을 생각했지?'
'참,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군.'
'울 회사에는 인재들이 참 많군.'
'멋진 내용들이 많은 데, 잘 숨겨 뒀다가 팔아먹을까?'


요즘 경영, 마케팅 책을 읽으면서 빙그레 웃고 있다.
90%는 이런 책들에서 베낀 내용들이었다.
말만 그럴듯하게 써서 마치 자신이 생각한 것처럼 하는 데,
사실은 책에 다 있다.
책을 잘 읽고 소화해내면 나도 그 정도는 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체적인 방법이 없고 멋진 문구들만 나열된 기획문서는 다 사기다.
어디서 주워들은 좋은 말은 다 써놨다.
이것저것 말은 누가 못한 단 말인가.
우리가 가진 자원과 능력으로 해낼 수 있는 것을 적어야지.
선택과 집중. 그래 다 좋은 데, 희소한 자원으로 뭘 선택할 것인가?


개발을 2년 정도 해보니, 어떤 것을 기획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많이 든다.
작년 이 맘때 내가 생각하고 있던 많은 내용들이
요즘 기획자에 의해 기획문서로 나오고 있다.
물론 나는 권한이 없으니, 모든 공은 기획자들이 가진다.
'생각은 내가 하고 당신은 시키는 대로 해'
이런식인데 우스워 죽겠다.


회의마다 들어와서 따분한 이야기만 계속 반복하면서 시간을 떼운다.
모두가 아는 이야기 왜 또 하는 걸까?
문서에 나온 내용은 미리 읽어보고 들어오면 되지
또박또박 한글자씩 읽어준다.
누가 한글 못 읽나?


정작 중요한 세부 사항 논의, 모르는 것 질문하기, 토론하기는 부족하다.
"중요한 일부터 합시다."
"열심히 합시다."
"우리는 1등 해야 됩니다."
"시장에 빨리 진입해야 됩니다."
"위험은 줄이고, 안정적으로 만듭시다."
이런건 다 원론적인 이야기일 뿐이다.


"module A, B, C 중에 무엇을 먼저 할까요?"
"각각은 얼마의 시간이 걸리는 지, 조사 했습니다. 이 중에 이것이것을 합시다."
"당신이 말한 xxx의 개념은 잘 모르겠습니다. yyy와 무슨 관계인가요?"
"위험 요소는 어떤 것들이 있고, 그것들을 피하는 방법은 이런 것들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 무엇,무엇이 우리에게 적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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