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일 이해하지 못하는 단어 중 하나는 '믿음'이었던 것 같다.
아무리 고민을 해도 이성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단어다.
그렇지만 논리적으로 믿음이 없으며 사회기반구조나 생물학적인
공생, 생존 같은 문제들을 풀 수 가 없다.
경제학이 단지 미적분으로 이루어진 기계같아 보이지만
사실 가정들은 믿음을 기초로 하고 있다.
어느 기업을 믿지 못해서 채권을 회수해 버리면
세상 어떤 기업이라도 무너지기 마련이다.
그냥 재무재표의 수치와 경영진과 직원의 신뢰도, 브랜드 같은 것이다.
마케팅은 완전히 믿음 덩어리다. 소비자가 믿지 못하면 그냥 끝이다.
정말 그것이 좋고 나쁜지는 별 상관이 없다.
'이기적인 유전자'라는 책을 봐도 이기적인 생물체들이
공생하고 사회를 구성하는 이유도 믿음 때문이다.
믿음을 가지는 생물이 이기적으로 삶을 유지하는 데 더 유리하다.
스마트하게 이기적이라서 서로를 믿는 것이다.
사회와 법도 믿음이다.
마음만 먹으면 옆집에 불을 지를 수도 있고,
사람을 때릴 수도 있지만 서로 믿는 것이다.
법이 무서운 것도 믿음 때문이다.
법이라도 사후약방문일 뿐이다.
범죄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공적인 보복(처벌)을 통해 사회 시스템을 믿는 사람들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게 경고하는 것일 뿐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경고를 믿는 다.
모두가 행복해 지려면 어쩔 수 없더라도 믿어야 한다.
그래야 두려움을 줄이고 살 수 있다.
갑옷을 입지 않아도 편히 자고,
칼을 들지 않아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믿음이 정의되려면 구체적으로 우리가 필요하고 또 적이 필요하다.
적이라도 믿을 수 있는 적과 믿을 수 없는 적이 있지만,
아무튼 사회를 구성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다.
적이 있어야 우리도 있고, 우리에 대한 단결(믿음의 한 종류)도 지켜진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기득권과 노동자간의 분배도 그렇다.
물려 받은 재산과 땅이 있으니 무조건 많이 가져야 하고,
(맬서스의 이론)
노동만이 진짜 가치(value)라는 주장 모두 믿음일 뿐이다.
(마르크스의 이론)
사회가 부서지지 않으려면 모두가 만족할만큼 줘야 믿음이 생긴다.
약육강식이라고 기득권이 계속 많이 차지하면
노동자들이 반발을 일으켜서 사회를 완전히 전복시켜버리기도 하고,
내전으로 쑥밭이 되서 정말로 싸움잘하는 사람이 모든 걸 차지하고
나머지는 다 같이 가난해 질 수도 있다.
(공멸에 대한 위협 때문에 힘의 균형을 이룸)
심지어 과학도 믿음이다.
토마스 쿤에 따르면 패러다임이 그런거다.
세상에서 가장 그럴듯하고 보수적인 믿음이 과학인 것이다.
더 많은 것을 설명하고, 새로운 것을 설명하고
많은 과학자가 지지하면 새 패러다임이 생긴다.
그래서 현대 과학자들은 질량-에너지보존, 인과율 같은 걸 대부분 믿는 다.
정치인에게 투표를 하는 일,
주말마다 교회를 가는 것,
다른 사람이 만든 것을 사먹는 것,
군인과 경찰들을 믿고 편히 자는 것,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
@ 나는 남들보다 두려움도 많고, 생각도 너무 많아서
'믿음'이라는 단어를 믿는 데도 20년이나 걸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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