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4월 13일 수요일

선구자

초등학교 때 서태지와 아이들이 처음 나왔을 때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지금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당시로써는 상당히 괴상했다.
머리 염색도 하고 옷도 이상하게 입고 말이다.


그런 어이없는 가수들을 왜 좋아하는 지 몰랐다.
아무튼 몇 년 후에는 나도 그들을 좋아하게 됐다.


저런 미친 건지, 양아치 같아 보이는 사람들이
뭐가 선구자라는 걸까 하고 의심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미치고 양아치라서 선구자인 것 같다.
남들 안 하는 걸 도전하면서 관습을 깨고
생각과 자유의 영역을 넓혔으니까 말이다.


소심한 사람들이 못하는 걸 대신해서 대리 만족도 준다.


그런 미친 짓 좀 한다고 세상 안 망한다는 것도 보여주고
사회의 관습의 압력을 이기지 못해서
새로운 시도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대신해서
먼저 더 대담한 짓을 하고 비난과 찬사를 대신 받아줘서
세상에게 새로운 것을 익숙하게 만든다.


그 뒤로 따라가는 사람들은 편하게 그 길을 갈 수 있다.
그런 양아치들 덕분에 요즘은 머리에 염색을 해도
어른들이 손가락질 하지 않는 다.
10년 전에 많은 양아치 가수들이 나 대신 손가락질 받아줬기 때문이다.


선구자든, 리더든 비슷한 것 같다.
그들이 우리보다 더 똑똑해서 현명한 선택을 한다기보다는
대담하고 책임지고 비난을 받을 준비가 되어있다.
(책임을 진다는 것은 비난을 대신 받는 다는 것이다.)
그 대가로 독점적인 지위도 얻는 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