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4월 23일 토요일

도서관(Library)

책은 읽는 편이지만 도서관 체질은 좀 아니다.
책을 읽으러 도서관에 간적은 많았지만 공부를 하러 간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항상 시험 공부한다고 가서는 열람실에서 소설책이나 역사책을 보거나
매점에서 과자사먹고 식당에서 끓여주는 라면이 맛있어서,
친구들과 먹는 도시락과 옥상에서 마시는 음료수가 좋아서
도서관에 갔던 것 같다.


1.
도서관에 대한 첫번째 기억은 초등학교 3학년 때이다.
그 때 자전거도 처음 샀었는 데,
친한 친구 셋이서 항상 같이 다녔다.
모두 자전거가 있었기 때문에 활동 반경이 크게 늘어나서
저 먼 곳에 있다는 중앙도서관에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었다.
버스로도 다섯 정거장이 넘어서 초등학생이 걷기에는 좀 먼 거리였는 데.
자전거 = 자가용을 뽑으니 갈만 했다.
매일 친구들과 어린이 열람실에서 책을 봤던 것 같다.
그리고 그 해 여름인가에는 도서관 독서 캠프도 참가했었다.


2.
두번째로 도서관에 많이 다니던 때는 중학교 3학년 때이다.
과학관 영재교실(예비 과학고생 양성을 위해서 교육청이 만든)에 다녔는 데
특히 영재교실 시험기간이 되면 다들 중앙도서관에서 공부를 했던 것 같다.
물론 나는 그 때 무협지를 가장 많이 봤다.
김용의 영웅문도 그 때 본 것 같다.
친구들도 대부분 도서관에서 일단 모여 자리만 잡아 놓고
옆 오락실에 철권을 하러 갔다.
당시 철권의 인기는 4년 뒤 스타크래프트와 비슷했다.
옥상에 올라가서 광주 시내를 내려다보며 나중에 크면 뭐할지
고민도 막 시작했었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라면은 역시 중앙도서관 지하에서 파는 것 같다.
달랑 라면 한 그릇에 단무지 밖에 없는 데 말이다.
(찬밥에 말아먹는..)
여름에 복학하기 전에 다시 한 번 가봐야 겠다.
지금 먹어도 맛있을 까?


3.
고등학교 때는 처음으로 학교 도서실에서 공부란 걸 하게 됐다.
그 전까지 평생 수업 시간 외에는 공부해본 적이 없는 데.
입시가 두렵긴 두려웠나보다.
동네 책방에 나온 유명한 참고서가 있으면 항상 확인하고
다들 단어장에 빼곡히 단어를 적어서 읽곤 했다.
집이 버스로 30분이면 가는 데도 기숙사에서 갖혀 살다보니
기숙사 1년 때는 정말 외로웠다.
마치 미국이나 캐나다로 유학온 기분이었다.


4.
KAIST 입학 TOEFL시험을 보기 위해서 송정도서관에서 공부를 했다.
여름이었는 데, 무진장 더워서 잠만 죽도록 잤다.
토플 책만 펴면 덥고 잠이 와서 계속 잤다.
낮잠자려고 도서관가는 것 같았다.
그 때 처음으로 체력이 부족하다는 걸 알게 됐다. (공부는 체력)


5.
KAIST 합격한 후 겨울에는 다시 중앙도서관에 다녔다.
집에서 혼자 놀기도 귀찮고 막 스타크래프트가 나온 시절이라
다들 도서관에서 모여서 PC방에 갔다.
학교를 자퇴한 친구들도 모두 모였다.
대학 입학전에 권장 도서를 읽고 독후감을 써오라고 그래서
태백산맥을 열심히 읽었던 것 같다.
(물론 너무 내용이 길어서 5권까지 읽고 포기.)


6.
대학 때는 정말 도서관에 안 갔다.
가끔 뭔가 복사하거나 제본할 때만 간 것 같다.
가더라도 지겨워서 1시간 안에 돌아오기 일수.
시험기간에는 특히나 시끌 벅적하고
커플들의 염장이 심해져서 가지 않았다.


가끔 주말에 너무 할 일이 없어서 과학잡지 읽으러 몇 번 간적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상급 학년 교재를 몇 장 넘겨보고는 한숨쉬고 돌아 온 적은 좀 있다.


KAIST 과학도서관은 온실 분위기도 나고 창가쪽 자리에 앉으면
뽀대나기도 하니, 괜히 가서 앉아 있다 온 적은 몇 번 있다. 


7.
정리해 보면 공부하러 간 적은 그리 많지 않고
주로 친구들과 만나거나, 그냥 심심해서 조용히 쉬러 가거나,
지하에 있는 도시락을 먹으러 가거나,
예쁜 여학생이 있는 지 보러 갔던 것 같군.
물론 도서관 로맨스같은 건 지난 20년간 한 건도 없었다.
순정 만화나 소설에나 나오는 이야기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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