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4월 9일 토요일

물건 관리하기

점점 삶을 살아가면서 내가 가진 물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이 물건들을 관리하는 것도 정말 쉽지가 않다.
돈을 지불한 순간 그것은 내 것이 되지만
그것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그냥 돌덩어리랑 다를 바가 없다.
처치 곤란한 쓰레기가 하나 더 늘어난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물건이라는 게 그냥 두면 저절로 못 쓰게 된다.
사람이나 애완동물과 정말 비슷하다.
관심을 가져주고 적절히 이용해줘야 그 가치가 지속된다.


사람이 사는 집은 폐허가 되지 않는 다.
적절히 자신이 살면서 불편하니 고쳐쓰기 마련이다.
아무리 게으른 사람이라도 살고 있으면 그곳은 거미줄이 쳐지지 않는 다.
(사람이 움직이면서 몸으로 걷어내는 셈이다.)
습도도 맞추면서 환기도 하고 청소도 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물건도 생물처럼 잘 길들이고 가르칠 수도 있다.
내 손에 익지 않으면 다듬기도 하고 이름도 쓰고 홈도 파곤 한다.
컴퓨터 소프트웨어도 마찬가지다.
내게 맡게 환경을 설정하고 필요한 것들을 깔 수 있다.
그리고 나만의 데이터도 많이 보관한다.
사진, 글, 프로그램 소스, 음악 등..


PC방의 컴퓨터들은 그렇지 못하다.
엉망 진창으로 어지럽고 아무 프로그램이나 깔려서 무진장 느리다.
내 데이터를 함부로 저장했다가는 남이 볼까 무섭다.
금융거래나 로그인 하기도 껄끄럽다.
누가 해킹 프로그램 깔아서 빼돌릴지 모르는 일이다.
청소도 안되있어서 지저분하다.
때가 너무 끼어서 닦을 수도 없다.
잘 못 길들여진 컴퓨터다.


볼펜도 매일 쓰던 볼펜은 잘 나오지만 안 쓰면 그냥 구멍이 막혀버린다.
오랜만에 쓰면 몇 번 그어줘야 글이 나온다.
키보드도 매일 두드리지 않던 것은 키를 일일히 눌러가며 마사지를 해줘야
잘 눌러진다.


내가 일하는 IT업계의 무형의 데이터들도 관리가 필요하다.
내버려두면 서버의 storage가 고장나거나 소프트웨어에 이상이
누적되어 날아가 버린다.
storage의 이상이 있는 지, 매시간 확인해야 한다.
매일/매주 데이터를 백업해야 하고,
공간을 다 소비하기 전에 더 큰 공간으로 옮겨줘야 한다.
마치 동물원의 사육사처럼 매일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울 회사 DB서버들은 모두 동물 이름으로 지은 걸까?)
모니터링 팀, DBA, Network 관리자들이 그 일을 한다.


소프트웨어도 마찬가지다.
한 번 만들면 끝인 것 같지만 그렇지가 않다.
끝없이 발견되는 버그도 잡아야 하고,
유저가 새로운 기능을 원하면 추가해야 한다.
OS나 아키텍쳐의 변화로 인해 새로운 곳으로 porting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좋은 정원을 가지려면 좋은 정원사도 고용해야 하고
비행기를 가지려면 비행사를 고용하든지, 비행 면허를 따야 한다.


제조업을 하려면
연구/개발 뿐만 아니라 물류, 재고 관리, A/S, 부품관리도 해야 한다.
그래서 요즘은 product보다 solution, service가 더 유행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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