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8월 21일 토요일

[기사]아이스크림-얼린 거품, 유지방이 맛의 비밀








얼린 거품, 유지방이 맛의 비밀




[한겨레] [숨은 1mm의 과학 | 아이스크림]
▣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아이스크림 제조업체는 섭씨 35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이 반가웠을 것이다. 잠시나마 무더위를 식히는 데 아이스크림만 한 게 드물기 때문이다. 가끔 아이스크림을 덥석 물었다가 두통에 시달리는 사람도 있다. 순간적으로 찬 기운이 뇌를 휘감아 두피의 혈관이 수축돼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서 생기는 두통 때문이다. 산소가 부족하면 피로물질이 생겨 노르에피네프린이라는 대사물질과 함께 혈관을 조여 두통을 유발한다. 아이들은 아이스크림을 너무 많이, 그리고 빠르게 먹지 않는 게 좋다.

두통을 일으키는 것만큼 복잡한 과학이 아이스크림에 숨쉬고 있다. 아이스크림을 즐기는 사람일지라도 성분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스크림은 성분에 따라 ‘등급’이 결정된다. 일반적으로 아이스크림은 지방 10~16%, 탈지분유에서 얻은 무지고형분 7~12%, 단맛을 내는 물질 11~15%가 주요 성분으로 들어간다. 여기에 향을 내거나 쉽게 녹는 것을 막아주는 수용성 고분자 등이 들어간다. 그리고 아이스크림 재료 부피만큼의 공기를 넣는다.

아이스크림의 맛을 결정하는 것은 바로 크림이나 버터 등에서 얻을 수 있는 유지방이다. 유지방이 많이 포함될수록 질 좋은 아이스크림으로 팔린다. 유지방은 2㎛(1㎛=100만분의 1m㎛) 이하의 크기로 들어가 아이스크림이 입안에서 사르르 녹게 한다. 유지방은 아이스크림의 맛을 결정하며 공기를 가둬두고 냉기를 보존하기도 한다. 따지고 보면 아이스크림이 부드러운 맛을 내는 것은 공기 때문이다. 아이스크림 속의 단백질이 공기를 감싸고 있으며 이를 안정화하는 것은 지방의 몫이다.

아이스크림은 일종의 언 거품이다. 우유와 크림, 분유, 설탕 등의 재료를 얼리고 때리는 과정에서 특수기구로 공기를 주입한다. 아이스크림은 유지방의 분량과 공기의 정도, 저온 살균 등에 따라 부드러움 정도에 차이를 보인다. 물론 아이스크림에 첨가하는 특정 성분도 영향을 끼친다. 예컨대 밀에서 나오는 단백질을 넣으면 아이스크림이 아주 부드럽게 되기도 한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성분을 첨가한 아이스크림이 잇따라 등장해 더위를 날리고 입맛을 즐겁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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