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8월 26일 목요일

배관 수리공, 재봉사

고장난 프로그램이나 며칠간 멈춰버린 데이터를 다시 복원하는 일이 종종 있다.
어제도 그랬다. 열흘 전에 고친 부분이 완벽하지 않아서 여기저기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었는 데,
찾지 못했다.


나같이 매일매일 누적되는 많은 데이터를 다루는 프로그래머에게는
그런 일들이 일어나면 마치 배관 수리공이 된 것 같다.
이미 흘러가버린 데이터는 어쩔 수 없이 버려야 하고
땅을 다시 파고, 진흙을 헤치고 튀는 물을 얼굴로 맞아가면서
밸브를 잠가야 한다.
e-mail을 보내서 다른 모듈을 사용하는 프로그래머에게
몇 시간동안 단수가 되었음을 알리고
불편한 돌 위에 쪼그려 앉아서 파이프를 땜질하기 시작한다.
물을 틀었다 잠궜다 반복하면서 어디가 새는 지 찾는 다.


가끔은 내가 재봉사가 된 것 같기도 하다.
아침에 일어나보면 누더기가 다된 인형을 가지고 놀던 꼬마들이
자신의 인형에 옆구리가 터졌다면서 내게 꿰매달라고 울면서 달려온다.
이 누더기 인형을 계속 가지고 놀게 하는 게 좋을 지,
아니면 아예 전부 해체하고 곰인형의 솜과 눈, 꼬리를 떼어다가
토끼인형으로 만들면 좋을 지 항상 고민한다.
인형의 원래 천은 노란색인데, 내가 흰색 천만 가지고 있다면
조금은 어색한 모양의 인형이 탄생하기도 한다.
전산에서는 이런 작업들을 maintanence, refactoring 등으로 부른다.
이런 업무가 프로그래머의 업무 시간의 50~70%를 차지한다.

댓글 1개:

  1. 비유가 너무 적나라해서 재밌네. 그래봤자 개발자만 이해할 수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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