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8월 25일 수요일

나의 꿈 - 수학자

중학교 때까지 내 꿈은 수학자였다.
그냥 하루 종일 밥 굶지 않으면서 집에 편하게 앉아서 하루 종일 수학문제나 풀면서
평생 사는 게 소원이었다.
가우스나 오일러 같은 사람 말이다.


가끔 사람들이 어려운 문제를 가져오면 얼른 풀어주고 또 몇 달간 살아갈 집세와 밥값을 마련하고
그렇게 살아가기.
좀 더 좋으면 대학의 tenure를 받아서 평생 경제적 부담없이 수학문제나 풀고, 가끔 강의나 한,두시간 해주는 삶.


그렇게 잘할 자신이 없다면 중, 고등학교 수학선생님이나 학원 수학선생님이 되서
하루 중 몇 시간은 수업하고 남은 시간과 여가시간에 매일 새로운 수학 문제를 풀다보면
인생은 짧고 수학 문제는 무진장 많으니까 평생을 심심하지 않게 보낼 수 있을 꺼라고 생각했다.


고등학교 올라가니 수학은 너무 어려워지고 물리학이 좀 더 만만해보여서,
물리학자가 되서 같은 인생을 살아볼까 했는 데,
대학와보니 이거든 저거든 다 어려워 보이고,
세상 살려면 장가도 가고 애도 낳고 집도 사고 차도 사고 그렇게 살아야 된다고
압박하는 부모님과 친구들, 어른들을 보면서 꿈을 버리게 됐다.


tenure를 주는 곳도 점점 줄고, 대학은 교수가 되기 위해 대기하는 사람으로 넘쳐난다고 하고
수학, 물리를 공부해야 하는 기간은 점점 늘고 박사로도 부족해서 이제는 post doctor까지 해야 한다고 하니..
거기에다 이공계 위기라서 수학문제나 풀면서 한가롭게 사는 인생은 비현실적이란 걸 알게 되버렸다.
수학 선생님도 학교 수학 강의보다는 공문서 처리 같은 잡일들 때문에 시간을 빼앗긴다는 사실도 알게 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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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에르뒤시 같이 천재였으면 어땠을 까 생각해본다.
(많은 수학, 과학도가 그렇게 생각하듯이..)
20살에 MIT 교수가 되고 23살에 tenure를 받고..
평생 내가 좋아하는 수학문제나 풀면서 여유롭게 사는 거다.
세상 누가 물어보는 문제도 쉽게 풀어주는 신선 같은 삶.


한 동안 까먹고 있었지만 아무튼 그게 내 원래 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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