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밀한 독일, '백지수표' 끊어준 한국 | ||||||||||||||||||||||||||||||||||||||||||||||||||||||||||||||||||||||||
[오마이뉴스 2004-08-20 16:11] | ||||||||||||||||||||||||||||||||||||||||||||||||||||||||||||||||||||||||
지난 1999년 독일 프랑크프루트의 라인마인 미 공군기지를 람슈타인과 슈팡달렘으로 이전할 때 체결한 미국과 독일 사이의 협정서가 공개됐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은 20일 오전 11시30분 국회 중앙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문서를 공개하고 용산미군 기지 이전 협정의 부당성을 비판했다.
권 의원은 "독일과 비교해볼 때 용산기지 이전 협정은 대단히 불평등하고, 문제없다는 정부의 그동안 주장이 허구였음이 드러났다"며 "용산기지의 경우 미국의 필요에 의해 옮기는데도 미국은 전혀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독일은 세세한 항목까지 산출해 국회의 동의를 받았는데 한국은 우리가 전액 비용을 부담하면서도 포괄협정(UA)만 국회 동의를 받았다"며 ▲용산기지 이전 협상의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 ▲협정안 전면 공개 ▲감사원 감사 및 국회 차원의 청문회 실시 등을 요구했다.
독일은 총액 규정, 한국은 총액조차 없어
라인마인 협정서에는 기지 이전의 총 비용이 최대 7억2780만 마르크(약 5230억원)라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용산기지 이전 협정서에는 총액이 얼마가 될지 아무런 언급이 없다. 그런데도 "기전 이전 비용 전액을 한국이 부담한다"고 되어있다.
정부는 30억~50억달러면 될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초기 마스터플랜(IMP)에 따라 한국 쪽 실무자가 일방적으로 추산한 것에 불과하다. 정부 스스로도 "실제 비용이 얼마나 들지는 앞으로 1년 뒤 마스터플랜이 나와바야 알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라이마인 협정 2조5항에는 "가용한 총 재원이 건축비나 기타 비용의 상승 때문에 충분하지 않다고 입증되면, 건설 사업의 규모를 수정하거나 주 유럽 미 공군의 기준에 따라서 사업 수를 줄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원래 예상했던 것보다 비용이 더 들 경우 사업 규모를 축소할 수 있다.
그러나 용산기지 이전협정에는 이런 규정이 전혀 없다. 즉 한국 쪽 비용 부담의 상한선이 없는 것이다.
권 의원은 "시설종합계획조차 없는 상태에서 총액도 명기하지 않은 채 '한국이 모든 비용을 부담한다'는 협정을 체결한 것은 미국에 '백지수표'를 주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구체적인 독일, 추상적인 한국
라인마인 협정은 본문 뿐만 아니라 설계와 건설의 세부 항목별 비용과 분기별 건설계획이 들어있다. 또 부록 문서에는 반환되는 4개의 부지 도면, 최종반환 시한 이전에 반환되는 기지 사용과 관련된 전제와 조건들, 36개 세부 항목별로 구체적인 건설계획, 항목별 소요 경비 및 완공시기, 재정계획, 설계 및 건설 시간표, 라인마인 기지 환경복구 관련표 등이 있다.
예를들어 부록B의 건설계획에는 '람슈타인 공군기지'의 이륙 및 착륙 활주로 건물과 시설은 소요경비 4930만마르크로 2003년 8월까지 완공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그러나 용산미군기지 이전협정은 이런 부속 문서는 커녕 아직 마스터플랜조차 없다. 비용이 5230억원에 드는 라이마인 기지이전 협정이 총 40쪽이다. 그러나 그 10배의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되는 용산기지 이전 협정은 UA 6쪽, IA 4쪽 등 총 10쪽에 불과하다.
더구나 기본내용을 담은 기본합의서(UA)만 국회 비준동의를 받고 상세절차와 이행조건을 담은 이행합의서(IA)는 소파 합동위 문서로 국회비준을 거치지 않고 보고로만 처리된다.
또 기술양해각서, 비용절차합의서, 시설종합계획 등은 UA가 국회를 통과한 이후 작성할 계획이다. 권 의원은 "비용 등 구체적 내용에 대한 국회비준을 거치지 않는 것은 헌법 60조1항에 대한 실질적 위반이며, 이전비용 전액 부담을 명시한 UA만 먼저 통과시키고 후에 세부내역을 작성하는 것은 미국의 전횡을 허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임시 소위원회의 권한 논란
즉 조약체결권도 없는 소파 합동위가 기지 이전과 관련한 절차, 용어등을 규정하는 합의권고문(AR)을 만든다. 또 총액 조차 명시되어 있지 않고 정부 주장으로 30억~50억달러에 이르는 사업의 집행을 대령급이 위원장인 소파 합동위 산하 특별분과위가 실질적으로 수행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비판이 나올 수 밖에 없다.
라인마인 기지는 기존 수준으로 이전하는 것으로 되어있으나 용산협정은 동북아 기동군으로 변화하는 새로운 임무와 기능을 충족하는 수준으로 이전하도록 명시되어 있다.
권 의원은 "건설공사도 독일은 자신들의 기준에 따라 건물을 지어줬는데 한국은 미 국방부 기준을 따르도록 되어있다"며 "9·11 사태 이후 미국의 안전 기준이 크게 강화됐기 때문에 비용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미군기지 환경 오염 피해 복구 책임도 한국에
라인마인 협정은 환경복구 대상과 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특히 협정 제4조는 "주 유럽 미 공군은 마인공항(주)이나 마인공항(주)의 위임을 받은 제3자가 적절하게 환경 검사를 할 수 있도록, 그들의 출입을 무제한으로 허용한다"고 규정했다.
권 의원은 "용산 협정이 따라야 할 소파 환경관련 조항은 '인간건강에 대한 공지의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을 초래하는 오염의 치유'만을 규정하고 있다"며 "또 현지 조사도 한미가 사실상 공동으로 50일 동안만 하도록 하고있고, 새로운 공여지에 대한 한국의 오염조사 및 치유책임을 지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민단체들은 ▲용산협정이 근거하고 있는 환경관련 조항은 추상적인 표현으로 인해 모든 환경오염에 대한 치유복구 책임을 명확하게 규정하지 못하고 ▲미국이 치유복구를 거부할 경우 이를 강제할 명확한 규정이 없으며 ▲공동조사 이후나 반환 이후 발견된 환경오염에 대한 치유복구 책임이 불명확해 환경오염 복구비를 모두 한국이 부담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밖에 라인마인 협정은 활용 불가능한 순수 군사시설을 미국이 철거하도록 명시했다. 그러나 용산기지 협정에는 관련 규정이 없는데다 소파 제4조 제1항에는 미국의 원상회복 의무 면제를 규정하고 있어 반환시설 철거비용도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
/김태경/권박효원 기자 |
2004년 8월 23일 월요일
[기사]치밀한 독일, '백지수표' 끊어준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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