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머니의 정의에 따르면 친구는 경쟁자이다. 항상 그들보다 좋은 자리에 앉기 위해서는 달려야 하고 영토를 명확히 해서 고지를 점령해야 한다. ('경쟁자', '고지', '영토'라는 단어를 쓰시는 건 아니지만 해석하면 그렇다는 뜻이다.)
뭐.. 어머니께서 내게 조언하실 때는 항상 그런 분위기로 말씀 하시지만 사실 울 어머니가 자신의 친구들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마치 카운셀러 같다는 기분이 든다. 적극적으로 조언을 해주는 건 아니고 그냥 들어주면서 어떤 얘기를 하든 다 맞장구 쳐주신다.
울 아버지의 정의는 약간 다른 데. 그들(친구들)은 군림해야 할 대상이다. 내가 생일이 하루라도 더 빠르면 형님 대접 받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맛있는 것도 가끔 자주면서 구슬려야 하고 덕으로 그들을 다스려야 한다. 한 마디로 똘마니(시다바리)를 많이 키워야 한다는 거다. (형님, 똘마니, 시다바리 같은 용어를 쓰시지는 않지만 역시 나의 해석에 따르면 그렇다.)
아버지의 현실적인 친구 관계를 보면 그런 면이 전혀 없지는 않다. 컨설턴트 적인 면이 있어서 아버지의 친구들은 아버지의 말이라면 꽤 신뢰를 한다. 그렇다고 그들을 정말로 시다바리라고 생각하시지는 않는 다.
나의 친구에 대한 정의를 보면 그들에게 조언을 해주는 '참모'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어떤 친구들에게는 아는 얘기 하루 종일 지껄이는 잘난척하는 존재이기도 하고 공격적으로 그들의 약점을 낫낫히 밝히는 공격자(intruder)로 인식되기도 한다. 아니면 비관적인 조언자 이거나. (세상 암울한 얘기는 다 꺼낸다.) 혹은 그들에게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으려는 관찰자. (투명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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