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3월 1일 월요일

고깃집

중학교 때까지는 고기는 한 점도 먹지 않았는 데.
기숙사 들어가면서 안 먹으면 굶어죽을 것 같아서 먹게 됐다.
요즘 세상 "쌀밥에 고깃국"보다 싼 메뉴가 없으니까 맨날 고기반찬만 나온다.;;

동아리나 회사에서도 맨날 회식 할 때면 삼겹살 집에 간다.
고기 냄새도 옷에 배고 특히 니트옷 입으면 빨기도 힘든데. 더 심하게 밴다.
안경이나 얼굴, 머리카락에도 기름으로 한 겹 코딩된다.
그리고 맨날 고기 먹으면 술도 같이 먹게 되있어서 더 싫다.
영화 데몰리션맨처럼 회식도 맥도날드나 미스터피자 같은 곳에서 하면 얼마나 좋으랴~

고등학교 막 올라가서는 돼지고기, 쇠고기, 닭고기, 오리고기도 구분 못했는 데.
(모양은 조금 다르게 생겼지만 먹지 않았고 냄새나면 도망 다녔으니까..)
요즘은 구별은 된다.
그래도 닭은 아직도 안 먹고 돼지고기, 쇠고기는 꼭 쌈 싸먹어야 된다. 콩가루로 도배하든지.

먹는 것보다는 주로 굽는 데 집중한다. 김치도 굽고, 마늘도 굽고, 파도 굽고, 버섯도 굽고 물론 고기도 굽는 다.
나는 고기 냄새 싫어하니까 육즙도 싫고 Well done으로 구워야 한다. 그런데 조금씩 먹어가면서 구우려고 하면 rare로 먹는 사람들이 집어먹으니까 먹을 수가 없다.
그래서 한 번에 불판에 최대한 많이 그리고 고기가 겹치지 않게 표면을 덮어야 된다.
그러면 한꺼번에 다 익기 때문에 몇 개라도 먹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중요한 건 딱 한 번만 뒤집어서 먹어야 되는 데. 성격 급한 사람들이 자꾸 뒤집다가 양쪽면이 반만 익어도 다 먹어버리기 때문에 한 번에 한 면을 완전히 익혀야 조금이라도 버터틸 수가 있다.

그리고 정말 짜증은 한 번에 두, 세개 씩먹으면서 덜 익은 거 먹는 사람인데. 그럴 때는 빨리빨리 구워서 그 사람을 일찍 배부르게 만들어서 전쟁에서 빨리 빠져나가게 한 뒤에 먹는 게 낫다.

아 그리고 어떤 가게는 고기가 얇게 잘라져서 나오는 곳도 있고 벽돌처럼 한 덩어리를 주는 가게도 있다. 어떤 가게는 양념도 되서 나온다. 양념된 고기가 더 쌀 때도 있다. 양념을 하느라 정성이 들었겠지만 고기 질이 안 좋은 가보다.

덩어리로 나오는 집이 고기질은 좋은 것 같아서 비싼데. 자르는 게 참 귀찮다.
그리고 하얀색 지방과 붉은 색 단백질을 분리해서 자르고 싶다는 유혹이 자꾸 드는 데, 그렇게 못 자르게 한다. 삼겹살이면 지방, 살이 반복되면서 나오게 잘라야 되니까.
안 그러면 어떤 조각은 지방만 있고 다른 조각은 단백질만 있어서 맛이 없게 된다.

자르는 건 잘 안되서 안하는 데, 내가 자르게 된다면 얇게 자르는 걸 선호한다. 그래야 잘 익으니까.

구울 때도 어떤 가게는 연탄불, 숫불, 가스불을 쓰고, 돌판, 철판을 쓰는 곳도 있고 회전식으로 고챙이에 끼워지는 곳도 있다. 회전식이 난 제일 좋다. 익기 전에 빼먹을 수 없게 되있고 골고루 한 번에 다 익으니까.

아무튼 고깃집에서 고기 먹는 것보다는 고기랑 다른 거 굽는 거랑, 샐러드 먹을 때가 더 좋다. 샐러드나 밑반찬 적게 주는 가게가 제일 싫은 데. 사람들은 밑반찬은 별로 신경 안 쓰는 것 같다. (그런 사소한 건 나만 기억하고 있는 건가. 어느 가게에서 어떤 밑반찬 나오는 지 다 알고 있다.)

댓글 1개:

  1. 어른들과 고깃집을 가보면 40대 이후 분들과 가면 고기 외에 다른 건 못 굽게 하시는 것 같다.

    김치라도 하나 올리게 되면.

    "현성아~, 먹는 걸로 장난치지 말거라."

    "거지야? 왜 고깃집에서 고기는 안 시키고 그런거 굽고 있어."

    "그렇게 배고프면 더 시키렴"

    보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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