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6월 2일 수요일

[기사]"쓰레기 '대란' 온다"... 지자체는 전쟁 중
















"쓰레기 '대란' 온다"... 지자체는 전쟁 중
내년 1월 1일부터 음식 쓰레기 매립 금지, "지자체는 분리수거 전쟁"
미디어다음 / 김진화 기자
내년 초 쓰레기대란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생활쓰레기의 20% 가량을 차지하는 음식물 쓰레기 처리 과정에서 당국이 마련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97년 개정된 폐기물관리법은 내년 1월 1일부터 시(市)단위 이상 자치단체에서 음식물 쓰레기 직매립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군단위 제외). 당시 침출수 발생, 악취 등 음식물 쓰레기 매립으로 인한 폐해가 심각해지면서 매립지 인근 주민들이 음식물 쓰레기 반입을 거부하자 정부가 매립을 금지하도록 법을 개정한 것이다.









내년부터 음식 쓰레기 직매립이 금지 됨에 따라 분리수거 확대에 나선 한 자치구가 내건 홍보 현수막. ⓒ미디어다음 김진화

수도권매립지주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위원장 하대용)는 지난 96년 11월 젖은 음식물 쓰레기의 반입을 막은 것을 비롯, 2000년 7월에도 음식물 쓰레기 처리 대책에 대한 각 자치구들의 대책이 약속과 달리 미흡하다며 반입 거부 입장을 밝히는 등 음식물 쓰레기에 반입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여 왔다.

주민대책위 관계자는 내년부터는 법에 따라 매립이 금지된 만큼 보다 강도 높은 검사를 실시해 일체의 음식물 쓰레기가 반입되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에 따라 현재 완벽하게 분리수거를 시행하지 못하고 있는 자치구의 경우 지난 97년과 같은 쓰레기 대란이 재연될까 우려하면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분리수거 안된 채 매립되는 500여 톤 처리가 관건




서울시에서 하루 발생되는 음식물 쓰레기는 평균 2500톤 정도. 이 가운데 분리수거를 거쳐 재활용 시설로 반입되는 쓰레기는 2000톤으로 집계되고 있다. 나머지 500톤 가량은 일반쓰레기와 함께 매립되고 있다. 올해 말까지는 나머지 500톤도 매일 분리수거 해 재활용처리 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서울시는 올해 안으로 각 자치구와 함께 분리수거 100%를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수거된 음식물 쓰레기는 처리시설을 거쳐 사료나 퇴비 등으로 재활용할 계획. 그러나 분리수거가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게 일선 자치구들의 고민이다. 서울시 한 구청 관계자는 “할만큼 했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문제는 (일반주택으로 시행이 확대되는) 지금부터”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지난해 4/4분기 서울시 음식물 쓰레기 처리 실적 보고에 따르면 종로, 강북 등 8개 구는 70%에도 미치지 못하는 분리배출율을 보이고 있다. 특히 강북구는 일반주택지역의 분리배출율이 7.3%에 불과하고 아파트 등 100세대 이상 거주 공동주택도 서울에서는 유일하게 100%에 미치지 못해 심각한 상황임을 드러냈다.

중구 등 17개구는 100% 분리배출을 실시하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하지만 100% 분리배출이라는 것도 관내 전 지역에서 분리배출제도를 운용한다는 것을 의미할 뿐, 실제 분리배출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분리수거 안 되는데도 100%라 허위 보고




관내 전 지역에서 분리배출을 시행 중인 강동구에 거주하는 주부 김귀숙(여, 56)씨는 “쓰레기를 안 치워갈까봐 음식물을 전용봉투에 담아 버리고 있지만 봉투가 꽉 찰 경우 남은 음식물 쓰레기는 일반 봉투에 담아 버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남편이나 아들이 쓰레기를 버릴 때는 분리배출 방법 자체를 잘 알지 못해 간혹 음식물 전용봉투를 일반쓰레기 봉투 안에 담아서 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서울시 음식물 쓰레기 처리 실태를 조사한 서울시립대 연구팀 보고서에도 이 같은 실태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보고서는“분리배출율 100%(라는 규정)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며, 분리수거가 이루어지지 않는데도 100% 분리배출 및 수거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고된 사례가 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다”고 결론 지었다. 일부 구청에서는 실적 부풀리기식 허위 보고가 버젓이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보고서는 "분리배출율 제고를 위해 자치구의 상황에 맞는 현실적인 분리배출 및 수거 방안이 마련돼야 하며, 보다 정확한 분리배출율 통계자료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립대 음식폐기물처리센터가 서울시 용역을 받아 올해 초 각 구청 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분리수거율 현황. 구청 면담내용을 바탕으로 했는데도 보고된 수치와 실제 수치 간 차이가 크다.

강남구, 관악구, 영등포구 등 대부분의 자치구에서 주택가(분리배출 실시 지역) 실태를 점검한 결과 음식물 쓰레기 전용용기, 봉투에 각종 이물질이 함께 버려져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재활용처리업체의 한 관계자는 "비닐이 가장 많고 의류, 심지어는 금속류의 산업폐기물까지 섞여 들어와 기계를 망가뜨리는 등 골치를 썩는다”고 토로했다. 시립대연구팀이 서울시 17개 구청 담당자를 면접조사한 결과에서도 분리배출이 시행중인 지역의 실제 분리배출율(수거량 기준 분리배출율)은 76%에 불과했다. 공식 보고되는 수치와 무려 20% 포인트 이상이나 차이가 났다는 분석이다.


분리수거 해놓고 일반쓰레기와 함께 매립하기도…




수거도 문제지만 분리수거한 음식물을 제대로 처리하는 것 역시 만만치 않은 숙제다.
은평구에 거주하는 주부 김태현씨(31)는 음식물 쓰레기를 분리배출하던 중 건물 청소를 담당하는 아주머니로부터 "음식물쓰레기가 일반 쓰레기와 함께 처리되니 애써 분리하지 말라"는 황당한 지적을 받았다. 서울시 내부자료(2003년 말 기준)에 따르면 중랑구의 경우엔 음식물쓰레기의 63.5%가 일반쓰레기와 함께 매립된 것으로 드러났다. 은평구도 27.5%는 재활용되지 않은 채 매립한 것을 비롯 5개 자치구의 경우에도 20% 이상이 재활용 되지 않고 있었다. 해당 자치구 주민들은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중랑구에 거주하는 주부 윤혜림씨는 "재활용 한다고 해서 열심히 분리배출 했는데 결국 매립됐다니 배신감마저 느껴진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김철유(남, 34)씨도 “골탕먹은 기분”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에 대해 중랑구 환경과 관계자는 “재활용 업체가 불순물이 많다며 반입을 거부해 빚어진 불가피한 결과”라고 해명했다. 중랑구 사례는 음식물 쓰레기 대책에 있어 분리수거만큼이나 안정적인 처리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안정적이지 못한 처리시스템도 문제




서울시가 보유하고 있는 음식물 쓰레기 공공처리시설은 모두 6개. 하수병합처리시설 1곳을 제외한 나머지 5곳은 모두 사료나 퇴비로 재활용하는 시설이다. 현재 이들 공공처리시설이 떠 안고 있는 처리용량은 모두 합쳐 하루 500톤 정도. 전체 발생량의 20%에 지나지 않는다. 재활용 처리되는 2000톤 중 나머지 1500톤은 경기 충남북 일대 민간처리시설에서 처리된다. 민간업체들은 수익성이 저하될 경우 가격인상을 요구하거나 반입자체를 거부할 가능성이 있다. 민간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인 환경부의 민간처리업체 시설검사는 처리시스템의 불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검사 결과 기준에 미달할 경우 당장 처리시설 가동이 중단되는데, 전체의 30% 가량은 이 기준에 미달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하루 단위로 배출 수거 운반 처리가 완료돼야 하는 음식물 쓰레기의 특성상 적잖은 혼란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오는 2008년까지 공공처리시설 5개소 건설해 하루 1,500톤 가량을 처리할 계획이지만 시설이 들어설 자치구 주민들의 강한 반발로 완공 및 가동 시점에 이르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시스템으론 오래 못 간다”
분리수거 전면확대에 나선 일선 구청 상황











영등포구 분리수거 시범지역인 대림2동에 설치된 전용용기. 자기 집 앞 설치를 꺼리는 주민을 설득하느라 힘이 들었다. 하루면 더러워지는 용기 청소까지 예산을 들여 용역을 줘야 할 상황이다. ⓒ미디어다음 김진화
하루 유동인구 200만, 높은 인구밀도, 재래 시장, 부족한 유휴공간… 여러 가지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서울 영등포구는 100% 분리수거 체계 구축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오는 7월 전 지역 시행을 앞두고 현재 대림동 등 3개 동을 시범구역으로 정해 거점별 전용용기 방식으로 분리수거를 진행 중이다.

영등포구는 분리수거 전면확대를 위해 23억의 초기투자비를 투입했다. 배출용기 2만 4000여개를 가정과 음식점 등에 보급했고, 성산대교 옆 고수부지에 500평 규모의 환적장(재활용 처리시설로 운반되기 전 수집공간)도 마련했다. 세대별로 부과하는 1500원의 수수료는 전화요금에 합산 징수하고 있다. 수수료 징수에도 불구 재활용 처리 업체에 지급하는 비용 등 월 2억원 정도의 고정비용 지출이 예상된다. 수거 후 발생되는 폐수는 인근 가양 하수처리장에 보내 처리하기로 했다.

행자부 청소행정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4억의 인센티브까지 챙겼지만 분리수거 전면 실시를 앞둔 구청 관계자들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하다. 수거용기 위치를 정하는 과정에서부터 “우리집 앞은 절대 안된다”는 등 반발이 심하고, 애써 설치한 용기는 파손되거나 없어지기 일쑤다. 지금까지도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됐는데, 여름이 되면 전용용기 세척 마저 용역을 맡겨야 할 상황이다. 재정 상황이 여유로운 강남구 같은 곳은 주민서비스 차원에서 부담 없이 이 같은 사업을 추진할 수 있지만 영등포나 다른 구청은 우선 돈 걱정부터 해야 한다.

청소과 남점현 과장은 “배출원(가정)에서 1차 처리(감량)를 하고 나머지를 구청이 처리하는 방향으로 시스템이 구축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공 재활용 처리시설의 확충 등 시스템 안정화도 시급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분리수거를 확대할 수는 있겠지만, 이 방식이 오래 갈 것이라 보여지지는 않는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길목마다 자리한 수거용기에서는 악취가 풍겨 나고, 배출하는 주민도 힘들고 수거하는 구청도 힘겨운 구조”라고 잘라 말한다. 그 역시 대안은 가정에서 발생량을 최소화하거나 배출 전 감량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영등포의 상황을 부러워하는 구청도 있다. 인근 관악구는 용기수거 방식은 꿈도 못 꾸고 있다. 용기수거를 하게 되면 세대당 1500원을 징수해야 하지만 독거 노인세대, 저소득층이 많은 지역특성상 주민 부담이 적은 봉투방식을 택할 수 밖에 없다는 게 구청 측의 설명이다.

그러다 보니 재활용 처리에 소요되는 구청 측의 비용부담은 오히려 커졌다. 재활용처리 업체들이 봉투방식 물량의 처리를 꺼려해 웃돈을 얹어 줘야 하기 때문이다. 영등포구와 동일한 업체에 처리를 맡기고 있는 관악구는 톤당 30% 가량 높은 처리비를 지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재활용 과정에서 나오는 폐비닐도 직접 수거해와 자체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청소행정과 관계자는 “무조건 따라오라고 일선구청의 등을 떠 밀 것이 아니라 공공처리 시설 등 인프라부터 제대로 갖춰야 한다”며 중앙정부를 향해 불만을 토로했다.

----------------------------------------------------------------


교과서적인 해결책도 좋지만 implementation이 안되면 의미가 없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